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됐습니다. 발단은 지난달 3일 한밤중의 비상계엄령 선포였죠. 당시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동원, 국회를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그는 내란우두머리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는데요.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혐의가 혐의인지라 체포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시도 현장에 모인 시민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3일, 첫 번째 체포 시도 실패 후 13일이 흐른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했습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된 현직 대통령입니다. 재임 중 체포영장이 청구 및 발부된 것도 처음이고, 그 집행을 거부한 것도 최초죠. 탄핵소추안 가결 후 한 달 남짓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 번 바뀌기까지 했습니다. 첫 번째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탄핵 및 직무정지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뒤를 이었으니까요.
최고형이 사형인 내란우두머리 혐의에도 체포까지 43일이나 걸린 데는 대통령 본인의 완강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는 비상계엄 해제 일주일 만에 발표한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이 왜 내란이냐”라며 퇴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죠. 수사기관에 의해 추가 혐의들이 드러나고, 시민들이 광장으로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대통령은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전부 응하지 않았습니다. 체포영장까지 청구된 건 피의자 조사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현직 대통령 신분인 탓에 첫 번째 체포 시도도 쉽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경호처와 군인들에 차벽까지 동원돼 대통령 관저를 지켰죠.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게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니 체포영장 청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공수처는 6일 재청구한 체포영장을 받아들었습니다. 약 일주일 동안의 팽팽한 긴장 끝에 15일 새벽 영장 집행 인력들이 관저로 향했지만 뜻밖에도 무력 충돌은 없었습니다. 경호처 지휘부는 집행을 저지하려 했지만 일부 경호관들은 이를 소극적으로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체포돼 공수처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마지막까지 관저 안에서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을 불렀던 대통령은 체포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영상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그는 해당 영상을 통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라며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봤다”라며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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