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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영화 5대 투배사에 묻다] 극장 관객 회복 위해 필요한 것은?

맥스무비 조회수  

최근 1000만 관객 흥행작인 '서울의 봄'과 '파묘' '범죄도시4'.(왼쪽부터)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쇼박스
최근 1000만 관객 흥행작인 ‘서울의 봄’과 ‘파묘’ ‘범죄도시4’.(왼쪽부터)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쇼박스

2024년 극장 총 관객수는 1억2312만517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으로, 2023년 1억2513만6265명에 미치지 못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2억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던 극장가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5900만명으로 관객수가 2019년에 비해 무려 70% 넘게 감소했다. 2022년 1억명으로 증가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 상황에 비춰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신작 제작은 줄어들었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영화=극장’이라는 공식마저 흐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영화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맥스무비가 한국 영화시장을 이끄는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5대 투자배급사(투배사) 영화담당 책임자들에게 ‘극장 관객 감소의 회복세가 더딘 이유’에 대해 물었다. OTT와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영화에 집중하는 ‘관객 유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질문했다.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이들은 날카롭게 영화산업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며 콘텐츠 홍수 속에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 관객은 왜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극장가가 침체한 반면 OTT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OTT와 티빙,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가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며 시장을 새롭게 재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들면서 신작 개봉이 미뤄지고, 밀린 영화들이 쌓이며 신규 투자는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영화 제작진이 OTT 시리즈 제작에 뛰어들기도 했다. 넷플릭스 역대 시청 시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도 ‘도가니’ ‘남한산성’ 등 영화를 연출해온 황동혁 감독의 작품이다.

5대 투배사 영화담당 책임자들은 극장 관객 급감의 첫 번째 요인으로 이 같은 “극장의 대체제로 급부상한 OTT의 존재감”을 꼽았다.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OTT 콘텐츠가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트렌드에 기반한 한국영화 수요를 대체했다”며 “공급 측면에서도 영화 연출자를 비롯한 영화계 창작자들이 대거 OTT 플랫폼으로 이동해 극장가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본부장 이경재 상무는 “트렌드나 가격, 접근성, 편리성 등 효율성에 민감한 국내 관객들이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화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OTT에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책임자들은 이런 흐름에서 회계상 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시기 이전 기획한 소재나 이야기 등과 차별화한 신작에 대한 혁신적이면서도 과감한 개발 및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쇼박스 이현정 영화사업본부장은 “팬데믹 기간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 습관이 크게 변화했다”면서 “극장 소비가 감소한 만큼 그 빈틈을 채워온 다양한 오락거리들과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축된 투자가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고 진단했다. “극장 소비 위축으로 투자 역시 위축되고, 한국영화 황금기 때와 같은 과감하고 실험적인 상업영화에 투자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관객들의 불만이 나왔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밝힌 이 본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개봉이 밀렸던 작품들이 수년 뒤 개봉한 사례가 많은데, 트렌드의 변화가 워낙 빨라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 면도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영화시장은 시장 수익성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시소가 움직이며 과열과 침체의 사이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2000년대 후반 시장 과열과 이로 인한 투자 과잉 등으로 수익성이 급락한 것처럼 현재 역시 그런 추세를 보이고 있어 회복세가 더디게 체감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관객의 소비패턴이 급변했는데 이전의 기준과 시각으로 기획한 영화들이 이 개봉하면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서울 시내 한 멀티플렉스 매표소 모습. 사진=맥스무비DB
서울 시내 한 멀티플렉스 매표소 모습. 사진=맥스무비DB

● 새로운 관객을 불러 모으려면?

NEW 영화사업부 김수연 이사도 “극장을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주차별로 쏟아지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가리켰다. 실제로 OTT 플랫폼은 매주 신규 콘텐츠를 공개한다.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과거 인기 콘텐츠도 포함한다. 최근 넷플릭스는 SBS와 손잡고 ‘모래시계’ 등을 공개했고, 웨이브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KBS 2TV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새롭게 편집해 선보였다. 유튜브에서도 초 단위로 길고 짧은 영상들이 올라온다.

이처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5대 투배사 영화담당 책임자들은 신규 관객을 확보하기 위하서는 ▲차별화한 콘텐츠 경쟁력 ▲심층 마케팅 전략 ▲다채로운 시도 등이 중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영화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이 돋보인다. 지난해 11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1위 작품 ‘파묘’는 그동안 비주류로 분류해온 오컬트 장르이고, 통상 비수기로 인식된 2월에 개봉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주류와 비주류 소재, 전통적인 성수기와 비수기 등 구분이 더 이상 의미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객들은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동화돼 극장으로 향한 셈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유진 콘텐츠본부장은 “시장 자체가 축소된 데다 과거의 흥행 공식이 모두 무너져 혼란스러웠지만 그 와중에도 ‘관객이 찾아주는 영화’는 분명히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 등을 꼽으며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해 관객의 동의를 얻을 수만 있다면 흥행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트렌드를 잘 분석하고 각종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겠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건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재 상무는 “극장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면서 “관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웰메이드는 기본이며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감동, 스케일 등 OTT 콘텐츠가 줄 수 없는 차별화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전략적인 마케팅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파묘’의 제작진은 2차 창작물에 열린 자세를 취했고, 이를 홍보에도 적극 차용했다. ‘손 없는 날’을 콘셉트로 상영회를 열고, 액운 퇴치용 맛소금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겁쟁이’ 상영회를 비롯해 굿 장면에서 경문을 따라 부르거나 박수, 오열 등 리액션을 허용한 ‘굿어롱’ 상영회 등을 열며 입소문을 자아냈다.

2023년 11월 개봉해 1312만명이 관람한 ‘서울의 봄’ 제작진도 영화 감상 후기를 심박수로 공유하는 ‘심박수 챌린지’나 230회가 넘는 극장 무대인사 등을 통해 관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친화력을 발휘했다.

이현정 영화사업본부장은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이를 향유하는 젊은 세대를 포함해 관객들의 기호가 하나의 장르나 색깔로 규합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우선은 개성과 매력이 뾰족하고 또렷한 기획에 집중하고, 끝까지 그에 충실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소문의 힘에 의존하는 2030 관객들이 스스로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을 위한 홍보·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며 “때로 힙하고, 엉뚱하며, 과감한 콘셉트의 아이디어들이 극장이라는 공간과 영화라는 콘텐츠를 더욱 생명력 있는 놀거리로 만든다는 것을 작년의 경험으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김수연 이사는 “요즘은 관객들이 영화 개봉 후 입소문을 통해 검증하고 관람하는 추세”라며 “2030 관객들은 2차 콘텐츠를 양산하고 더 직접적으로 정보를 확산하는 세대라는 점에서 영화 안팎으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심층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경범 영화사업부장은 “OTT 등 코로나 이후 확산된 대체제가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인 가치의 작품을 여러 방식으로 발굴하는 한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잠재 수요층에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 영역의 지속적인 체질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새로운 미디어 환경 아래에서 영화에 관한 정보의 흐름이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유되면서 입소문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지속적인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관객층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유진 콘텐츠본부장은 “OTT의 영향으로 인해 시리즈물은 장르적으로나 소재, 연출과 연기 등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갖춰간다”면서 대신 영화는 리스크가 높은 고예산보다 저예산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며 기획력의 중요성을 꼽았다. 김수연 이사는 “관객의 소비 성향에 맞는 양질의 영화를 생산하거나 다시 보고 싶은 재개봉작 또는 수입작 등을 전략적으로 배급하는 데 집중”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멀티플렉스의 모습. 사진=맥스무비DB
서울에 위치한 한 멀티플렉스의 모습. 사진=맥스무비DB

▲ 설문에 참여한 분들 (회사명 알파벳 순서)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사업본부장 이경재 상무

NEW 김수연 영화사업부 이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김유진 콘텐츠본부장

쇼박스 이현정 영화사업본부장

[2025년 한국영화 5대 투배사에 묻다] 기획 시리즈 

①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은? 

② 극장 관객 회복 위해 필요한 것은?

③ 갈수록 줄어드는 한국영화…대책은

④ 객단가 현실화에 ‘머리 맞대자’ 공감대 

맥스무비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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