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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 게임2’ 박성훈, 그렇게 ‘현주’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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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 넷플릭스
배우 박성훈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순진하고 점잖은 치과의사 장고래부터 다혈질의 극악무도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 광기와 결핍 사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윤은성까지 연기 인생 16년 동안 끊임없이 변주를 이어온 배우 박성훈은 자신의 이름 석 자보다 작품 속 캐릭터 그 자체로 남고 싶어 했다. 

그런 박성훈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인생 캐릭터’가 추가됐다. 지난달 24일 공개돼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속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다. 박성훈은 외적 변신은 물론 사회적 편견으로 불이익을 받기도 하지만 정의롭고 리더십 있는 강인한 인물을 매력적으로 빚어내며 국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글로리’부터 ‘눈물의 여왕’ ‘오징어 게임’ 시즌2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박성훈은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코 웃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진 ‘AV 논란’ 때문이다. 박성훈은 지난해 12월 30일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성인물 표지를 자신의 SNS에 올린 후 곧바로 삭제했다. “실수였다”고 즉각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출연하기로 했던 새 작품의 하차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박성훈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크나큰 실수로 불편함을 드린 것 같아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해서 수많은 제작진의 노고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속상하고 죄송스럽다. 질타를 한다면 달게 받겠다”라고 거듭 사과한 뒤 “작품만큼은 따뜻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성훈이 공개 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 넷플릭스
박성훈이 공개 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좋은데 해당 논란으로 즐기지 못하고 있겠다.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나. 

“‘더 글로리’ 때도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즐기질 못했다. 그런데 또 공교롭게 지금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계신데 나의 의도치 않은 실수 때문에 즐기거나 실감하거나 그렇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야 하는 데 이 사람에게 잘못보내고 그런 상황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실수지만 그래도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감당하고 감내해야 할 부분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실 거의 휴대폰을 만지기도 싫은 상태다. 감사하지만 실감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시즌1이 굉장히 성공했는데 그런 작품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황동혁 감독님이 KBS 단막극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현주를 떠올렸다고 하시더라. 평범한 가장 역할이었는데 어떻게 현주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놀라웠다. 누나 둘 밑에서 자란 아들이라서 누나들에게 받은 걸 숨기고 살아온 부분이 많이 있는데 그걸 꿰뚫어 본 것처럼 내게 현주를 발견해 줘서 놀라웠다. 소소한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그중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할 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실감이 안났다. 어안이 벙벙하고.”

-성소수자 역할이었다. 고민한 지점은. 황동혁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희화화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았다. 과도한 음성의 변화나 과장된 제스쳐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고 감독님도 그 부분에 대해 동의해 줬다. 워낙 내 목소리가 저음이라 톤을 높이면 진실성이 떨어져 보이더라. 호르몬 치료를 받더라도 목소리는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런 자문을 받은 기억이 있었고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목소리가 꾸며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순간에는 꾸밈없는 소리와 행동이 나와줘야 진짜처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 

현주는 이타적이고 정의롭고 담대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인데 게임에서 살아남아서 성확정 수술을 받아야 해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복잡한 레이어드를 하나씩 입혀가면서 현주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트렌스젠더라는 설정은 현주가 가진 특징 중 일부일 뿐이다. 현주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현주를 연기한 박성훈(왼쪽). / 넷플릭스
현주를 연기한 박성훈(왼쪽). / 넷플릭스

-특전사 출신 설정이었다. 시리즈에 담기지 않은 현주의 전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현주의 본명은 조현준이다. 현주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을 거다. 그 감정이 성인이 돼서까지 이어졌을 거다. 그래서 차라리 특전사를 가서 남성성을 지켜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아닌 거다. 여자가 되고 싶은 거다. 그런 마음들이 20대 초반 현주의 마음 안에 소용돌이쳤을 것 같다. 부모님의 강압적인 권유도 있었을 거다. 많은 벽에 부딪히고 무시도 당하고 여러 편견 속에서 살았을 거라고 감히 예상을 해봤다. 실제 트렌스젠더분들을 만나 자문을 듣기도 하고 서치하고 공부해서 현주라는 인물을 만들어 나갔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인류애가 있는 캐릭터인데 총격전이 시작되고 합류하면서 여러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총을 겨누게 되잖나. 거침없이 보일 수 있지만 그때 마음은 굉장히 아팠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해야 한다는 게. 악역이었다면 그냥 했을 텐데 현주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찍으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그 장면이 제일 어려웠다.”

-이정재, 이병헌과 함께하며 느낀 것이 있다면. 

“두 선배 모두 90년대부터 정상의 자리를 유지한 선배들이잖나. 보고 있으면 괜히 오랫동안 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유재석 선배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발전하고 있는 거라는 말을 해줬거든. 그분들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거다. 인성과 인품도 너무 훌륭하다. 후배들이나 스태프들을 아우르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현장 분위기를 집중시켜서 이끌어가 주고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그냥 저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다는 걸 느꼈다. 태도,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나도 배워서 나중에 후배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선순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 작품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박성훈. / 넷플릭스​
매 작품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박성훈. / 넷플릭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유, 이 시리즈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굉장히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이 있어서 공감을 해주는 것 같다. 옆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캐릭터들과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욕하고 분쟁이 일어나는 모습들, 우리 사회에서 보는 모습이라 많이 공감해 주는 게 아닐까. 거기에 더불어 게임이라는 소재가 여전히 참신하고 흥미롭고 흡입력 있는 전개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전재준에 이어 현주까지 배우의 이름보다 캐릭터로 기억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정말 재밌다고 느끼는 게 장고래도 있었지만 나라는 배우를 설명할 때 여러 수식어가 필요했다. 어떤 작품에 어떤 역할로 나온 애라고 설명해야 하는데 전재준을 만나고 나서는 그 이름 세 글자 만으로 단번에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수식어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 뜻깊고 감사하다. 전재준을 탈피하고 싶어서 완전히 반대되는 현주를 택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재준과 현주, 다 선물 같은 이름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여러 계획도 있고 포부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내 눈앞에 펼쳐진 과오를 잘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잘 사죄하고 만회해서 우리 팀에게 더 이상 누를 그만 끼치고 싶고 앞으로 심기일전해서 더 무거운 마음가짐과 초심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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