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tvN이 야심 차게 내놓은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가 초반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우주 소재 작품 흥행 실패 잔혹사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당당히 주류로서 주목받는 한국 영화·드라마가 스페이스 오페라물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별들에게 물어봐’ 첫 회는 평균 3.3%(전국 유료 가구 기준), 2회는 3.9%, 3회는 2%대로 추락했다. 시청률이 높은 토일 드라마인 데다, 무려 5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역대 국내 우주 소재 작품들의 흥행 타율이 저조했던 트라우마가 다시 소환되는 상황이다.
음악,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글로벌 관객을 열광시키는 한국이 유독 SF 분야에서는 약세를 보여왔다. 로맨스, 누아르, 좀비 영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하면 수량과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2023년 개봉한 영화 ‘더문’은 제작비 약 280억원으로 손익 분기점은 600만명 선이었다. 그러나 실제 관객 수는 51만여명으로 흥행 참패했다. 전체적인 영화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1년 넷플릭스로 선보인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과학 설정과, 고질적인 한국 영화계의 신파 체질 탓에 ‘실패작’이라는 외신의 혹평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작품엔 25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같은 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홍보비를 포함해 500만~800만 관객은 들어야 240억원의 제작비 회수가 가능한 영화였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성을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촌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신파 감성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들 작품은 결과적으로 한국은 SF 영화의 불모지라는 영화계의 밈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샀다.
흥행 헛발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대중의 친숙도가 부족했다. 우주는 한국 대중에게 여전히 다소 낯선 소재로 여겨진다.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한 우주 탐사 역사와 영화 산업의 발전이 맞물려 우주 소재에 익숙한 미국과 대비된다.
높은 기대치에 반해 국내 제작 환경의 제약도 문제다.
우주 소재 작품은 고급 CG, 과학적 고증, 몰입감 있는 스토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객은 ‘인터스텔라’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작품이 빈약하게 보일 수 있다.
우주 SF 장르는 제작비가 많이 들고,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국내 제작비는 200억원대, 많아 봐야 500억원 선이지만, 할리우드는 2000억원을 넘어간다.
보통 SF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아무것도 없는 그린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이 상상에 의존해 힘들고 어색한 연기를 해야 한다. 이후 수많은 컴퓨터 그래픽 인력이 달라붙어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나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컴퓨터 그래픽 비용만 해도 엄청난데, 이렇게 불완전한 환경에서 촬영한 결과물이 감독의 의도와 달라 다시 촬영하느라 비용과 시간이 배로 드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제작할 때 그린스크린에서의 작업을 줄이기 위해 전 스태프와 함께 아이슬란드에 가서 얼음 행성 장면을 촬영했고, 사막에 옥수수밭을 새로 일구고, 실제 비행기를 폭파하는 등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스토리와 감정선의 한계도 있다.
우주라는 신선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가 예측 가능하거나 평면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관객은 신선한 소재에 걸맞은 독창적인 서사를 기대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으로 이어진다.
감정선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한국 대중은 캐릭터 간의 감정선과 공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주 SF에서는 과학적 설정과 비주얼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감정적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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