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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주목한 빛나는 1월의 신작들…’쇼잉 업’→’부모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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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쇼잉 업'에서 조각가 리지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 사진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 ‘쇼잉 업’에서 조각가 리지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 사진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유수의 영화제가 먼저 주목한 영화들이 새해 시작과 함께 관객을 찾아온다. 미국 독립영화를 이끈 감독의 차기작부터 로드 무비와 SF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 주목받는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까지 다양하게 포진해있다. 칸 국제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영화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 5편을 꼽았다.  

● 미국 독립영화계 거장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8일 개봉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풍경을 조망하는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미국 독립영화계를 거론할 때 이름을 빼놓기 어렵다. 국내서는 영화제나 기획전으로 작품이 공개되며 다수의 영화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쇼잉 업’은 202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공개된 후 영화 팬들이 국내 개봉을 기다린 작품이다. ‘퍼스트 카우’ 이후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이 국내서 개봉하기는 두번째이다.  

‘쇼잉 업’은 재능 있는 조각가 리지가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면서 겪는 해프닝과 예술가로서의 삶 그리고 가족과 친구로서의 역할에서 균형을 잡는 과정을 그렸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미셸 윌리엄스가 리지 역을 맡아 2008년 ‘웬디와 루시’를 시작으로 2010년 ‘막의 지름길’, 2016년 ‘어떤 여자들’에 이어 4번째 재회했다. 미셸 윌리엄스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우 생활에서 가장 애착이 가고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의 지속적인 협업”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2023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먼저 공개된 ‘쇼잉 업’은 외신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속임수와 여담, 곁눈질하는 유머, 그리고 삶의 목적을 침범하는 삶의 무작위성에 관한 영화”라고 평했고, 뉴욕 타임즈는 “두 사람이 함께 한 네 번째 영화로 그들의 작업이 얼마나 완벽하게 일치하는지 목격하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주목했다. 영국의 롤링스톤즈는 “고군분투하는 조각가의 이야기를 시대를 통틀어 가장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캐주얼하고 자연스럽게 멋진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라고 보도했다. 

'리얼 페인'에서 벤지 역의 키에란 컬린(왼쪽)과 데이비드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리얼 페인’에서 벤지 역의 키에란 컬린(왼쪽)과 데이비드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골든글로브가 주목한 ‘리얼 페인’…15일 개봉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 속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푹 빠져든 괴짜, 실존 인물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를 기억할 것이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본인의 관심분야에만 눈을 반짝이던 캐릭터는 ‘소셜 네트워크’의 인장과도 같았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2011년 ‘소셜 네트워크’로 전미 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나우 유 씨 미: 마술 사기단’ ‘카페 소사이어티’ ‘라우더 댄 밤즈’ ‘비바리움’ 등 상업 및 독립영화들을 넘나들더니 2022년 장편영화 연출작 ‘웬 유 피니시 세이빙 더 월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두 번째 연출작인 ‘리얼 페인’은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상반된 성격의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린)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오랜만에 재회해 폴란드로 여행을 떠난다. 로드 무비 형식의 영화는 두 사촌이 폴란드 전역을 걷고, 먹고, 보는 것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영화 ‘나 홀로 집에’의 스타 맥컬리 컬린의 동생인 키에란 컬린은 제시 아이젠버그의 상대역으로 합을 맞춘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HBO가 방영한 블랙코미디 드라마 ‘석세션’에 출연해 2023년 에미상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다. 지난 6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리얼 페인’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제시 아이젠버그는 그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리얼 페인’에서 상실과 소속감에 대한 섬세하고 우울하며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재밌는 탐구를 한다”고 평했고, 타임즈매거진은 “아이젠버그의 연기는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컬린은 특별하다”고 논했다. 버라이어티는 “아름답고 복잡한 여정의 로드무비”라고 평했다. 

영화 '애니멀 킹덤'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영화 ‘애니멀 킹덤’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 토마스 카일리 감독의 신작 ‘애니멀 킹덤’…22일 개봉

프랑스의 토마스 카일리 감독은 2014년 ‘싸우는 사람들’로 장편영화에 데뷔해 세자르 영화제에서 데뷔작상, 남자신인상,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앞날을 기대케했다. 그는 “자기 반복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나 세상의 종말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닌 인간이 동물로 변하는 돌연변이라는 소재를 경유해 새로운 지평을 상상하고자 했다”고 밝히면서 두 번째 장편영화 ‘애니멀 킹덤’으로 돌아왔다. 

2023년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으로 선정된 ‘애니멀 킹덤’은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인간이 동물로 변하는 기이한 상황에 놓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아빠 프랑수아는 아들 에밀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과 ‘무드 인디고’의 배우 로망 뒤리스가 프랑수아를, 조란 부케르마 감독의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신예 폴 키르셰가 아들 에밀을 연기한다.

버라이어티는 “우리의 상상력이 마구 펼쳐지는 초반부의 강렬함이 있다”고 영화를 평했고, 뉴욕타임스는 “토마스 케일리 감독은 스토리에 대해 직접적이고 소박한 접근 방식을 취하며 많은 배경 없이 부드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라고 비평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숲의 공중 샷, 에밀 등이 덤불 사이를 빙빙 도는 지상의 빠른 트래킹 샷, 또는 미세한 떨림과 자연광이 프랑스 영화와 그 너머의 영화에서 보편적인 기표가 된 일상 장면의 핸드헬드 자연주의까지 강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애니멀 킹덤’에서 구현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경유해온 현재의 우리와 포개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영화 '파문'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주인공 요리코 역의 츠츠이 마리코.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영화 ‘파문’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주인공 요리코 역의 츠츠이 마리코. 사진제공=디스테이션

● 일상의 풍경 주목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파문’…15일 개봉

작은 시골 마을과 거주민들, 거창할 것도 없지만 사소하지도 않은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그려내는 일본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 ‘파문’도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2001년 영화 ‘요시노 이발관’으로 데뷔한 감독은 ‘카모메 식당’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강변의 무코리타’ 등으로 차분하면서 담담하게 세부적으로 풍광을 묘사하며 ‘힐링 영화 감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파문’은 ‘수면에 이는 물결’이라는 뜻처럼, 오기가미 나오코가 스크린에 자주 투영하던 주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영화다. 남편이 가출한 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요리코(츠츠이 마리코)는 매일 생명수에 기도를 올리며 평온한 일상을 영위한다. 그의 존재를 잊고 살던 어느날, 남편은 암에 걸린채 요리코의 앞에 나타난다. 남편 역의 미츠이시 켄은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로 감독과 재회했다. 

지난해 일본영화비평가대상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파문’은 국내에서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와 2024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됐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일본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은 숨 막히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블랙 유머를 잔뜩 넣어서”라며 ‘파문’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부모 바보'의 한 장면. 사진제공=보리수나무영화
영화 ‘부모 바보’의 한 장면. 사진제공=보리수나무영화

● 주목 받은 신예 이종수 감독의 ‘부모 바보’…8일 개봉 

한국영화 ‘부모 바보’는 1990년생인 이종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지닌 신인감독의 재기발랄함을 확인하듯, ‘부모 바보’는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아시아 신예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부문 보여주는 섹션) 경쟁 부문에서 공개돼 KB뉴커런츠 관객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영화 ‘인서트’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크리틱b상을 수상했다. 아직 구체적인 개봉 시기는 정해지지 않는 ‘인서트’ 역시 ‘부모 바보’와 마찬가지로, 이종수 감독의 낯설고 괴랄할 수 있지만 뾰족하게 세공된 시선이 담겨있다. 

‘부모 바보’는 어쩌서인지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지각 횟수가 는 사회복무요원 영진(안은수)가 그의 담당자 사회복지사 진현(윤혁진)을 출근길 마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진현은 영진이 다리 밑에서 노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진과 진현은 서로 다른 처지로 공통점이 없는 것 같지만, 무능한 부모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교집합으로 서로 가까워진다. 이종수 감독은 자신의 사회복무요원 경험과 교량 밑에서 3년간 노숙을 한 남자에 관한 뉴스를 모티프 삼아 ‘부모 바보’를 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부모 바보’는 이 인물들의 관계에 이른바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수의 몇 가지를 반복, 재반복하자 기이한 인상들이 출몰하여 영화 전체를 감싼다”며 “기원을 따질 수 없는 괴유머이며 분류 불가능한 감정들의 쓸쓸한 잔해 더미다. 불가해함으로 치닫고자 하는 세련된 괴작”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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