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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에 입힌 선정성…”노골적 마케팅” VS “OTT라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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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의 원경왕후(왼쪽)와 태종의 모습. 사진제공=tvN·티빙
‘원경’의 원경왕후(왼쪽)와 태종의 모습. 사진제공=tvN·티빙

‘주체적’ 여성 서사에 입힌 자극적인 19금 베드신. 지난 6일 티빙과 tvN을 통해 베일을 벗은 ‘원경’이 그려낸 두 가지 모습이 둘로 갈라진 시청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티빙과 케이블채널 tvN이 공동기획한 ‘원경'(극본 이영미)은 표현 방법을 두고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워 공개하는 시리즈이다. 선 공개하는 티빙은 tvN이 공개하지 못하는 노출신과 베드신을 담아 청소년시청불가로, tvN은 수위를 낮춰 15세 이용가로 공개하고 있다. 두 플랫폼을 운영하는 CJ ENM은 OTT 버전과 TV 버전을 다르게 한 이유로 “다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가장 큰 이유는 노출 장면을 비롯한 19금 요소 등 선정성 여부를 둘러싼 고민 때문이다.

제목인 ‘원경’에서 드러나듯 드라마는 조선의 제3대 국왕인 태종 이방원보다 그의 아내인 원경왕후에 초점을 맟춘다. 형제들을 제치고 왕좌에 오르며 ‘피의 군주’라고 불린 태종 이방원은 그동안 다양한 사극에서 다뤄졌지만, 그의 아내였던 원경왕후 이야기는 다소 생소하다. 역사 속에서 원경왕후는 남편을 왕의 자리에 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아들 충녕을 세종대왕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원경’ 제작진은 태종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강인한 여성이었던 원경왕후의 일대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고 밝혔다.

● ‘우씨왕후’ 떠올리게 하는 ‘원경’

원경왕후(차주영)와 왕자의 난 등 격동과 고난의 시기를 겪어내며 “모든 것을 함께 나누자”고 약속한 태종 이방원(이현욱)은 왕의 자리에 오른 뒤 변한다. 처가의 기세가 등등해지고 원경이  왕과 신하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자신에게 다가서려 하자 이방원은 후궁을 들여 그의 기를 누르고자 한다. 실제 역사에서 태종은 재위 18년간 무려 18명의 후궁을 들였고, 그때마다 중전이 분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원경’ 초반에는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는 처가와 원경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일그러진 태종이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영실(이시아)을 궁으로 데려오고, 시녀인 채령(이이담)과 합궁을 하며 원경과 갈등의 골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원경’은 자극적인 노출과 선정적인 장면들을 펼쳐냈다. 1회 시작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원경과 태종의 베드신이 그려졌다. 왕실의 합궁은 ‘왕자 생산’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지닌 행위로, 나인들이 쾌락을 즐기면 안 된다고 할 만큼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 관습을 깨는 원경의 모습으로 그가 얼마나 욕망 앞에 망설임 없는 인물인지를 드러냈다.

이후 “집안을 동원해 당신을 왕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원경의 말에 자존심이 긁힌 태종이 원경의 최측근 나인인 채령과 밤을 보낸다. 카메라는 목욕재계를 한 채령의 뒤태를 여과 없이 담았다. 태종과 채령이 합궁을 하는 모습은 폭력적으로 비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한 선택이 결국 여배우의 노출과 19금 정사신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만하다. 이는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을 내세워 노출 장면으로 화제몰이를 하는 것을 창작의 자유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원경’은 지난해 티빙을 통해 공개된 ‘우씨왕후’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고구려 고국천왕의 왕후였던 우씨왕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우씨왕후’는 남편의 죽음 이후 자신과 가문을 지키기 위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우씨왕후(전종서)의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여인의 한계를 뛰어넘고 전사로 거듭나는 우씨왕후의 서사보다 초반 정사신 등 높은 수위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고, 결국 ‘우씨왕후’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자극적인 장면들만 남게 됐다.

'원경'에서 원경왕후를 연기한 차주영. 사진제공=tvN·티빙
‘원경’에서 원경왕후를 연기한 차주영. 사진제공=tvN·티빙

물론 OTT는 선택적 시청이 가능한 플랫폼인 만큼 수위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사극을 바라보는 시각이 엄밀했고, 또 엄정한 잣대를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극이 퓨전화했고 사극의 외피를 입고 현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극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감수성 변화와 OTT의 등장에 따라 표현 수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도 있다”면서 “보편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거 지상파 방송 작품과 달리 OTT 작품은 원하는 이들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높은 표현 수위가)허용되는 부분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역사적 인물을 그릴 때 “중요한 것은 작품의 목적성에 맞는 표현”이라며 “그저 자극을 위한 자극인지, 아니면 꼭 필요한 장면인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 역사에서 이방원과 원경이 후궁 문제로 첨예하게 갈등했고, ‘원경’은 그 부분을 끄집어내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선정성이나 표현 수위의 적절함 여부는 시청자가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다.

● “원경왕후 그 자체가 된 차주영”

이 같은 작품 자체에 대한 시각과 별개로 ‘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나선 주연 차주영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방원을 태종으로 만든 ‘킹메이커’의 단단한 신념과 태종이 자신의 시녀와 합방하면서 느끼는 치욕과 분노를 애써 감추는 침착한 모습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원경왕후 그 자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인 스튜어디스 최혜정으로 인상을 남긴 차주영은 ‘원경’의 주연까지 꿰찼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상호 PD는 ‘더 글로리’ 속 “최혜정의 에너지가 강렬했고, 카리스마를 느꼈다. 눈빛을 잊을 수 없었는데 원경왕후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차주영을 원경 역할에 캐스팅한 이유를 공개했다.

실제로 정확하고 똑 부러진 발음과 발성, “단 한순간도 대충 살지 않았다”는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냉철함을 통해 차주영은 타이틀롤로서 묵직한 무게감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태종과 왕과 신하가 아닌 남편과 아내로서 평등하고자 하면서 겪게 되는 애증과 갈등의 서사를 얼마나 더 풍성하게 그려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맥스무비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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