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지현이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감독 이종석)로 관객 앞에 섰다. 지난해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로 좋은 평가를 얻은 데 이어 데뷔 후 첫 원톱 주연작으로 다시 도전에 나선 그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며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지현이 주연을 맡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음란물 단속 공무원인 단비(박지현 분)가 어쩔 수 없이 19금 웹소설을 쓰다 뜻밖의 성스러운 글재주에 눈을 뜨는 재능 발견 코미디 영화다. 오늘(8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 중 박지현은 우연한 계기로 19금 웹소설을 쓰게 되는 단비를 연기했다. 단비는 안정적으로 동화를 쓰기 위해 공무원이 되지만 사소한 오해로 인해 음란물 단속팀에 들어가고 설상가상 성인 웹소설계 대부 황대표(성동일 분)와 1억원짜리 노예 계약을 맺으면서 19금 웹소설을 쓰게 된다. 처음에는 19금 웹소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자기 안에 숨겨져 있던 성스러운 재능에 눈뜨는 인물이다.
박지현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발칙하고 당당한 면모의 단비를 매력적으로 완성하며 관객을 매료한다. 특히 데뷔 후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그는 유쾌한 웃음도 놓치지 않으며 주연 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것은 물론, 전작 ‘히든페이스’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박지현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를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소감 등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히든페이스’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첫 원톱 주연작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찍을 때는 원톱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매 작품에 그랬듯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포스터에 내 얼굴이 크게 있는 거다. 나 혼자만 포스터에 있는 게 태어나서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부담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촬영하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홍보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나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배우, 선배님들, 스태프, 감독님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잘 된다고 해도 내 덕이 아니고 잘못된다고 해도 내 탓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합심해서 최선을 다한 영화라 나만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비가 메인 캐릭터라서 포스터에 혼자 나왔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은.
“‘재벌집 막내아들’ 끝나고 ‘재벌 형사’ 확정 지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늘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코미디 대본이라고 해서 되게 놀랐다. 전작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이미지가 코미디와는 굉장히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코미디 영화를 제안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글을 읽었는데 상상력을 자극했다. 재밌게 후루룩 읽었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굉장히 자신 있어 했다. 내가 평소 개그 욕심이 있는데 회사에서 올린 자체 콘텐츠를 보고 그런 모습을 보셨다고 하더라. 배우가 갖고 있는 숨겨진 코믹한 요소를 끌어내고 싶다는 말을 해줬다. 호흡이 잘 맞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이 작품을 택하게 됐다.”
-19금 소재로 웃음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소재였는데 고민이나 걱정은 없었나.
“물론 걱정을 안했던 것은 아닌데 내가 잘하면 잘할수록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비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순수하고 동화 같은 친구이다 보니 그런(19금) 단어들을 접했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귀여울까,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당황하고 그런 모습들을 표현하려고 집중했다. 불편하지 않을 선은 감독님이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아이디어를 많이 던졌고 그런 아이디어 속에서 감독님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셨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에서 영화를 잘 다듬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단비라는 캐릭터에 많은 분들이 이입해서 영화를 볼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단순히 단어적인 선정성보다는 단비의 성장 코미디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단비가 본인의 진짜 꿈을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에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점에 주목해서 연기를 했고 많은 분들이 단비에 공감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성인로맨스에 대한 편견,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는데 어떻게 다가왔나. 19금 웹소설 작가 역할을 위해 자료 조사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 과정도 궁금하다.
“단비가 처음에는 19금 웹소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다가 나중에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인로맨스를 이해하게 되는데 황대표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 단비가 하는 비난은 논리가 없다. 단비는 동화와 반대되는 19금 웹소설에 대해 맹목적인 비난을 했던 것이고 황대표는 본인의 꿈과 일에 대해 가장 논리적이고 직업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황대표를 통해 단비도 인지하고 인정하고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웹소설을 쓰는 작가로 성장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19금 웹소설) 시장이 굉장히 대중적이더라. 잘 구축돼 있고. 그래서 되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나도 단비처럼 처음에는 19금 웹소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면 이번 계기로 문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테고 하나의 시장으로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코미디 장르에 욕심이 있었다고. 직접 경험해보니 어땠나.
“우선 현장이 웃음바다여서 좋았다. 코미디를 좋아하지만 그 무엇보다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생기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힘이 됐다. 촬영하다 보면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분들도 현장에서는 관객이잖나. 관객이 그렇게 즐거워하는 게 느껴지니 힘이 막 나서 더 욕심이 생기더라.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이긴 하지만 단비는 코믹함을 장착한 캐릭터는 아니다. 성동일, 박철민, 최시원 선배가 코믹함 담당인데 워낙 베테랑인 분들과 함께하니까 정말 관람하듯 선배들의 연기를 봤다. 그 상황에서 같이 함께 몰입해서 빠져들어 리액션하는 것만으로도 코미디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성동일 선배가 연기할 때는 감독님이 절대 컷을 안 한다. 그럼 뭐라도 하신다. 그게 너무 천재적이다. 선배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말한 것처럼 단비는 코믹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웃음 타율이 높았다. 중점을 둔 부분은.
“단비로서 웃길 수 있는 부분은 과장된 리액션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실감 나고 적절하게, 과하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단비는 굉장히 많이 놀라고 화내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그러는데 반복적으로 같은 소리와 표정으로 놀라면 지루해지기 마련이잖나. 다른 소리와 다른 표정으로 익살스럽게 많은 리액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선배들 덕분에 단비의 리액션만으로도 재밌고 유쾌하게 신을 잘 이끌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 연출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시원, 성동일과의 호흡은.
“최시원 선배에게는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와 수용성을 배웠고 성동일 선배에게는 순간의 재치와 현명함을 많이 배웠다. 그분들이 알려준 것들을 재료 삼아서 깨닫고 성장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미디 장르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만족도도 궁금하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개그 욕심이 많다. ‘히든페이스’ 때는 진지한 척했다. 지금은 단비를 장착했다.(웃음) 지금까지 맡아왔던 역할이 코미디와는 거리감이 있던 역할이라 점점 코미디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코미디를 빨리해 봐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같이 했던 감독님들이나 배우들이 ‘너는 코미디를 해야 해’라는 말도 되게 많이 해줬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나도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고 필모그래피에 첫 코미디 영화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사실 별생각이 없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면 단점인데 나는 오늘만 사는 사람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 오늘 하루 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안고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고 늘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게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진 않는다는 거다.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되돌아보고 그랬던 적도 별로 없다. 그것이 과거에 한 실수를 놓치는 경향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계속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당분간은 이 가치관이 변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로 남았나.
“정말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너무 하고 싶던 코미디 장르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코미디 장르의 역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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