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권력 싸움이 벌어지는 1600년 난세의 일본을 그려 공개 직후 ‘동양판 왕좌의 게임’이라고 불린 ‘쇼군’이 에미상에 이어 골든글로브 시상식도 휩쓸었다. 작품상 등 후보에 오른 4개 부문의 트로피를 모두 거머쥐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제 관심은 ‘쇼군’ 시즌2로 향한다. 당초 ‘쇼군’은 시즌1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제작진은 ‘쇼군’ 시즌2의 방향에 대한 여러 힌트를 내놨다.
● 시즌2부터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
디즈니 산하 케이블 채널인 FX의 ‘쇼군’이 6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작품상 외에 남우주연상(사나다 히로유키), 남우조연상(아사노 타다노부), 여우주연상(안나 사와이)에도 호명됐다. 후보에 오른 4개 부문을 모두 수상한 성과로 올해 TV시리즈 부문에서 최다 수상 기록이다.
미국 제작사가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 드라마이지만 17세기 일본 막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출연진과 대사 대부분이 일본인과 일본어로 이뤄진 일본 역사극이다. 전통성 짙은 일본의 역사 드라마로 미국의 주요 시상식을 석권하고 있는 ‘쇼군’의 저력이 놀랍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쇼군’은 1600년 일본의 절대 권력인 차기 쇼군의 자리를 두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는 시기를 그린다. 유력한 권력자인 요시이 토라나가가 일본에 불시착한 영국 항해사인 존 블랙손(코스모 자비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국인의 눈에 비친 일본 에도 막부 시대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쟁탈을 위한 권모술수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그린다. 제임스 클라벨이 1975년 발표한 소설 ‘쇼군’이 원작이다.
현재 ‘쇼군’은 시즌2와 3의 제작을 확정하고 기획 단계에 있다. 시즌1의 원작인 소설의 결말과 같기 때문에 시즌2부터는 시리즈만의 새로운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은 두 개의 시리즈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회의에 돌입했다.
‘쇼군’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제작자 레이첼 콘도는 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 직후 취재진과 만나 새로운 시즌에 대한 질문에 “아직 진행 중”이라며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콘도의 남편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저스틴 마크스는 “작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약 6주 정도 남았다”고 상세 일정을 공개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마크스는 FX 프로덕션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에 따라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할 예정이다. FX와 맺은 프로젝트 안에 ‘쇼군’의 새로운 시즌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 프로듀서까지 맡은 사나다 히로유키의 역할
‘쇼군’은 지난해 열린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휩쓴 화제작이기도 하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무려 18관왕을 차지하며 역대 에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드라마로 등극했다. 주인공 요시이 토라나가 역의 사나다 히로유키는 일본 최초이자 이정재(오징어 게임) 이후 아시안 배우로는 두번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안나 사와이는 일본 최초이자 아시안 최초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후속 시리즈 탄생에 기여한 ‘쇼군’의 대대적인 성공에는 사나다 히로유키의 역할이 컸다. 주연은 물론 작품의 프로듀서까지 맡아 일본의 색깔이 정확하고 깊이 있게 표현되도록 했다. 1600년대 일본 시대상을 반영한 전통 의상이나 가발, 소품 등 모든 분야에 일본의 문화가 녹아들 수 있도록 전문가과 협력해 역사적 고증에도 신경을 썼다.
‘쇼군’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1980년대에 미국 NBC에서 한 차례 드라마로 제작됐다. 당시에는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였고, 백인인 존 블랙손이 사무라이가 되는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2024년 버전의 ‘쇼군’은 서양의 입장으로 서술된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 일본인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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