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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 게임2’ 이정재, 뜨거운 책임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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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다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 넷플릭스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다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돌아와 또 한 번 전 세계 시청자를 매료했다. 성기훈의 변화를 담아내며 시즌1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그는 “나를 믿어준 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잘 해내는 게 나의 몫”이라며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이정재는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연출/각본 황동혁)로 글로벌 시청자를 만났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2021년 9월 공개된 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데 이어, 에미상 6관왕에 오른 화제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으로, 시즌2 역시 공개 첫 주 무려 4억8,760만 누적 시간을 기록하며 비영어권 부문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공개 첫 주 성적만으로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인기 시리즈 7위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보여주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재는 시즌1에 이어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했다. 시즌1에서 탈락자들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기훈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이정재는 시즌2에서는 게임의 주최자를 찾아 모든 것을 끝내려는 게임 체인저로서 극을 이끌어가며 순수했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정재는 공개 소감부터 시즌2에 임한 마음가짐,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 등 ‘오징어 게임’ 시즌2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 넷플릭스
다시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 / 넷플릭스

-공개 후 반응이 좋다. 공개 첫 주 성적만으로도 역대급 신기록을 세웠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봐주고 다양한 의견을 주셔서 만든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하다. 특히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 많은 관심 가져주고 봐주시니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시즌3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시점인데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들어서 더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1는 출연 여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대본을 봤을 테고 시즌2는 출연은 당연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도 같다. 

“시즌1 때는 회사에서 하지 않았으면 하더라. 너무 찌질하게 나오는 거 아니냐고.(웃음) 그런데 나는 그냥 서바이벌 게임이 강조된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의 애환이 잘 녹아져 있는 이야기로 읽혔다. 특히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 기훈에게서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을 믿어야만 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주제가 잘 보였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 고민하지 않았다. 시즌2는 계획에 없다가 시즌1이 워낙 크게 성공하다 보니 보답의 의미로 시작한 거다. 나 역시 감사의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시즌1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은 벗어나고 싶었다. 시즌1에서 질문과 고민이 담긴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좋게 봐줬기 때문에 그 부분을 더 잘 끌어나간다면, 흥행에 대한 것보다 이야기를 더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시즌2를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준 것에 더 큰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거다.” 

-기훈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시즌1 엔딩부터 벌써 기훈은 예전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 바뀌어있다. 2~3년 동안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456억원을 단 한 번도 쓰지 못하던 기훈의 모습이 연장돼 있는 거라서 그의 감정이나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시즌1에서 기훈이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목적이 강화되다 보니 다양한 면보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훈의 모습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시즌1 속 해맑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기훈은 이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변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아쉬움은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점들은 정배나 다른 캐릭터들이 분명히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생각한다면 감독님의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정재가 시즌2 성기훈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고민한 지점을 밝혔다. / 넷플릭스
이정재가 시즌2 성기훈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고민한 지점을 밝혔다. / 넷플릭스

-말한 것처럼 기훈이 시즌1보다 다소 평평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시종일관 심각한 인물로 보이는 것이 나도 사실은 부담스러웠다. 시즌1에서 워낙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보여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시즌1에서의 밝은 모습을 요소요소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시즌2와 시즌3에서 기훈이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 시즌1과는 다르다는 게 명확했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과 재미는 다른 캐릭터가 나눠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체 이야기를 해야 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료로서는 내가 맡은 바에 더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고민을 충분히 해서 기훈의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열중하고자 했다.”

-외적인 변화에도 고민을 기울였다고.

“변해가는 기훈의 모습이 신체적으로도 보여야만 했다. 감정적인 표현뿐 아니라 신체적인 것에서도 많이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촬영하는 10개월 동안 조절을 했다. 힘들더라.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절제를 하면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상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게임을 멈추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기훈의 선택을 공감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대사에 아주 직접적으로 나와 있다. 정배와 숙소에서 대화하는 장면. ‘너는 그 돈을 가지고 잘 살지 왜 못그랬냐’고 정배가 말하니까 ‘너라면 그럴 수 있겠냐’고 반문하잖나. ‘친구가 죽고 마음이 갔던 사람들이 죽어서 생긴 돈인데 과연 그 돈을 마음 편하게 잘 쓸 수 있겠냐’고. 그 대사가 기훈의 마음을 아주 극명하게 설명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게 된 것을 과연 잘 누릴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나아가는 이정재. / 넷플릭스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나아가는 이정재. / 넷플릭스

-첫 게임이 시즌1에서도 화제가 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게임에 임하는 기훈의 모습은 전혀 달랐는데 연기할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  

“황동혁 감독님의 전략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받기 전에 첫 게임이 뭘까 되게 궁금했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해서 참 전략이 좋다고 생각했다. 시즌1과 시즌2 사이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익숙한 게임을 먼저 보여주면서 빨리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게 되게 좋은 선택이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노력하는 기훈의 모습도 그가 게임장에 들어온 목적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다.”

-오랜 시간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원동력은 책임감인 것 같다. 나를 믿어주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이 갈수록 깊어진다. 당연히 시즌1 때 캐스팅을 제안해 준 제작진에게도 충분히 내 연기로 책임감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고 회사에서 제작하는 ‘헌트’ 역시 책임감 있게 해내는 게 나의 몫인 거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을 보고 ‘스타워즈’에 캐스팅한 분들을 위해서도 잘 해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책임감인 것 같다. 

또 드라마나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다 보니까 어떤 측면에서는 나도 열심히 하고 많은 분들이 더 열심히 해서 제작 편수를 예전만큼 늘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또 다른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굉장히 다급하고 암담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내가 오래 누렸던 혜택들을 후배들에게 전달을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 것에 대한 책임감도 느낀다. 반드시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작품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프로모션에 다니면서 하필이면 왜 지금 한국 영화, 드라마가 위축됐을까 아쉬움이 크더라. 해외에 나가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계속 기다리고 있고 더 재밌는 작품이 뭐가 있는지 계속 찾아보는데 하필이면 왜 지금 이렇게 위축됐을까 아쉽다. 예전만큼 돌아가기 위해 무슨 노력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배우로서 하고 있는 고민이 있다면.  

“‘오징어 게임’을 하기 직전까지 ‘이제 이정재는 악당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들도 많이 있었다. 나 역시 내가 나이를 먹어가니까 센 캐릭터가 많이 들어오는구나 생각했다. 주인공을 압박하는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고. 그런데 ‘보좌관’이나 ‘오징어 게임’을 만나면서 잘 기다리고 잘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수 있구나 느끼게 됐다.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의 이치니까 크게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내게 주어지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시사위크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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