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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낯선 땅에서 찾은 연기의 의미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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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개봉

운명의 흐름은 사람을 새로운 땅으로 이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IMF 이후, 서울을 떠나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로 떠나게 된 한 남자가 가족의 생존과 성공을 위한 생존기를 다룬 영화로, 송중기는 국희의 내면 갈등과 외로움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현실과 꿈, 책임과 욕망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그의 연기는 낯선 공간에서 더욱 치열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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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되며 개봉 전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송중기는 부산에서 ‘보고타’를 처음 보고 뭉클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2019년 촬영을 한 작품이 긴 기다림 끝에 2024년 12월 31일 끝자락을 장식하게 된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해 했다. 작품 자체도 ‘보고타’가 하려던 이야기가 정확히 표현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상업 영화다보니까 두 시간 안에 많은 걸 담아야 했어요. 그래서 찍었던 장면들이 많이 빠졌더라고요. 그래도 시나리오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시나리오가 좋았던 게 국희 캐릭터가 자신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 잘 됐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래서 한 인물에게 긴 시간 동안의 서사를 준 거죠. 조금 부족할 순 있어도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했으니까 만족스러워요.”

‘보고타’는 콜롬비아의 도시 보고타를 메인 로케이션으로 설정하고 촬영됐으며,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 등 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누비며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송중기는 ‘보고타’ 속 한인사회의 인간 군상은 낯익은 이야기였지만 이국적인 배경이 주는 신선함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한인사회에서 별것도 아닌 것에 시기 질투하는 이야기잖아요. 그걸 해외에서 찍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한국적인 이야기인데 현지에서 찍으면 분명히 새로운 그림이 담길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국희가 콜롬비아에 정착해 한인 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살고 있는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스페인어도 잘 해보고 싶었고 살면서 이럴 때 아니면 콜롬비아 가보겠나 싶기도 했고요.(웃음) 로케이션에 대한 매력이 컸죠.”

어떤 관객들에게 2023년 개봉한 ‘화란’과 2024년 공개된 넷플릭스 ‘로기완’의 결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송중기가 맡은 역할이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송중기는 이 같은 감상에 대해 자신이 드라마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주로 제 작품이 아니어도 감상하기 좋아하는 장르가 촌스러운 편인 것 같아요. 촌스럽다는 단어가 긍정적인 의미예요. 붕 떠 있는 이야기 말고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아요.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어요. 매체 성향상 판타지를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영화로 제 욕심을 채우는 편이죠. ‘늑대소년’도 판타지 장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 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남녀 주인공의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좋았어요. ‘승리호’도 우주를 장르로 끌어온 거지 전 잃어버린 딸을 찾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였어요. ‘화란’, ‘로기완’도 마찬가지고요.”

국희의 캐릭터는 송중기를 만나 조금 더 뜨거워졌다. 살아남기 위해 조금 더 치열해졌고 두뇌 싸움과 몸을 과감히 던진다.

“감독님이 각자 배우들이 변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셨어요. 제가 스페인어 배운 친구가 한국에서만 태어났지 두 살 때 콜롬비아로 이민을 갔어요. 30년 넘게 콜롬비아에서 산 거죠. 그 친구가 현지 프로덕션을 끝까지 책임져 줬어요. 그분에게 배운 스페인어를 추가하면서 변주를 시켰어요. 또 그 친구를 많이 따라 했어요. 현지에서 쉬는 날 사람 구경하러 살사펍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누가 그 친구 어깨를 치고 갔는데 바로 항의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국희다’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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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로 처음 손발을 맞춘 이희준과는 더할 나위 없는 호흡이었다.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서로 달랐기에 상호보완이 되는 시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국희가 왜 수영에게 끌렸을까, 형은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연기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었어요. 그런 거까지 채우려고 하는 걸 보고 배웠죠. 저는 약간 숲을 보는 성격이라면 형은 나무 안에 있는 잎까지 보는 섬세한 성격이시더라고요.또 몇 개월 동안 타국에서 지내며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죠. 처음 만났는데도 금방 친해졌거든요.”

영화는 약 100명 이상의 현지 스태프들이 2~3개월 동안 투입됐다. 송중기는 국적이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하며 서로의 나라에 대한 영화 현장, 시장에 대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가장 많이 나눈 대화는 ‘부럽다’였어요. 함께 했던 현지 촬영팀 크루들이 실력도 좋고 할리우드 작품도 많이 참여했어요. 할리우드에서 남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워낙 많았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보고 부럽다고 한 이유가 자국 영화를 만들어 소비하는 산업이 우리만큼 되어있지 않대요. 또 한국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하는 방식을 놀라워하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맡은 일은 또 워낙 잘 해내니까요. 저도 그분들과 함께하며 많이 배웠어요. 할리우드 영화 찍는 분들이라 촬영하는 스케일, 제작 방식, 현장 돌아가는 시스템 같은 걸 보고 배웠어요.”

송중기는 2023년 전직 배우인 영국인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결혼해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쉬는 시간에도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며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 ‘마이유스’ 촬영 중인데 아기가 태어나니 옛날에 비해 꽂히는 대사나 단어가 다르더라고요. 이런 지점들이 자연스럽게 오는 것 같아요. 관심사 두고 있는 거나 타이밍 등이 이제 예전과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계속 관심 갖는 것들이 작품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 수는 급감했고, 제작 환경 역시 이전과 비교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송중기는 ‘보고타’가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 한국영화 업계 전체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지금 시리즈물 외에는 영화 투자가 잘 안되고 있어요. 우리만 잘 되는 것도 필요 없고 극장에 걸린 한국영화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른 작품도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보고타’ 만의 홍보 스케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업계 있는 사람들끼리 모두가 힘을 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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