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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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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발간한 〈장수 고양이를 찾아서〉에는 노년기에 접어든 11세 이상 고양이들과 그들의 반려인을 만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이들의 삶을 책으로 담은 이유는
출판사 ‘뉘앙스’의 김동연 대표님이 자신의 반려묘 마야가 점점 나이 드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고양이와 인간이 오래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탄생했죠. 장수 고양이와 반려인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일말의 힌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과 나눌 이야기가 또 다른 반려인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요.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고양이의 ‘나이 듦’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나이 들고 약해진 고양이와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돌보며 생활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 역시 노년기에 막 접어든 10세 보리, 11세 보통이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인터뷰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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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노년기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한 고양이부터 암 투병 중인 고양이까지 이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요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는 사실. 저도 그렇고, 정멜멜 사진가도 그렇고, 이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고양이를 장수 고양이로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는 마음이었거든요. 오래 사는 고양이들에게 타고난 외적·성격적 특징이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모든 고양이에게 적용 가능한 장수 비법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고, 반려인이 각 고양이의 개별 상황이나 상태, 성격에 맞게 돌보는 것만이 능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우리 고양이는 어떤 특성을 가졌으며, 나는 어떤 반려인인가’를 고려해 함께 살아나가면 된다는 거예요. 다만, 책에도 소개된 김명철 수의사님과의 대화에서 얻게 된 한 가지는 체중 관리만큼은 고양이의 장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어요. 체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고양이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계기로 다소 과체중이었던 저희 집 둘째 고양이도 체중 감량을 감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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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준으로 아홉 가족을 세상에 소개하게 됐나요
가장 먼저 고려한 부분은 연령이었습니다. 덕분에 책에는 11~20세까지의 고양이들이 골고루 등장했어요. 그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가족 형태였는데요. 퀴어 커플, 여성 1인 가구, 청소년이 있는 집 등을 찾아갔어요. 고양이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반려인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 가치관도 드러나는데 그것이 가족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터뷰이는 SNS로 오랫동안 봐온 분, 지인의 소개로 섭외한 분, 저와의 인연으로 섭외하게 된 분 등 다양합니다. 그렇다 보니 거주 지역이나 반려인 연령에서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동물병원 인프라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수도권 외 지역에 계신 분을 많이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적극적 돌봄이 필요한 노년층 이상의 인터뷰이들을 섭외했더라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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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지만 그들에게서 고양이와 오래 행복하게 사는 법에 관한 실마리를 발견했나요
김명철 수의사님의 말로 답합니다. “가능하면 고양이의 일상이 깨지지 않게 해주려고 해요. 어제는 해줬는데 오늘은 못 해준 것들을 시간이 지난 뒤에 가장 후회할 것 같아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변함없이 보내게 해줄 것인가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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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장수 고양이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반기지 않고,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인터뷰와 사진 촬영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수 고양이들은 이런 인간들의 걱정을 다 읽었는지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멋지게 포즈를 취해주고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더라고요. 표지 모델인 김나리 님의 반려묘 ‘니모’는 원래 아침 시간에 자는 것이 루틴인데, 저희가 이른 아침에 방문했는데도 거실로 걸어 나와 근엄하고 우아한 포즈를 ‘척척’ 취해준 다음, 인간들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들어가서 잠들었다가 인터뷰가 끝날 때 다시 나와 사진을 몇 컷 더 찍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반려인도, 저와 사진작가도 “역시 장수고양이는 영험하다”며 놀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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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 당사자로서 언젠가 이별을 알면서도 준비하는 마음은 어떤 것이라 말하고 싶나요? 예정된 이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라는 게 있을지
뮤지션 이랑 님의 노래 중에 ‘삐이삐이’라는 곡을 좋아하는데요, 가사가 다음과 같습니다. “걷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부르지 않으면 노래가 없는 것처럼/삐이삐이/어쩌면 우리는 아무도 아닌지 몰라 해파리보다 일찍 사라지니까/그렇다고 죽어 있을 수만은 없잖아/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도 아니게 되니까.”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사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헤어지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함께 보내는 시간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포기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고양이들과 같이 사는 매 순간이 얼마나 큰 안정감과 즐거움을 주는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안겨주는지 알거든요. 물론 이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는 아직 저에게는 없기도 하고, 그런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이별의 순간이 오면 많이 슬프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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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김명철 수의사의 인터뷰로 ‘장수 고양이를 위한 팁’이 소개됩니다. 마음가짐 외에 지식적인 부분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요
〈장수 고양이를 찾아서〉가 장수 고양이를 만드는 노하우 같은 걸 전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지식과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들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김명철 수의사님과 인터뷰하게 됐습니다. 수의사님 파트에서는 고양이의 건강관리에서 중요한 점, 고양이의 ‘나이 듦’이나 고양이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등을 알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수의사님의 개인적 경험이었어요. 처음 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경험에서 후회되는 것들, 지금 두 고양이와 만들어나가는 매일매일의 시간 등.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춘 전문가지만 그 역시 반려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줘 더 좋은 인터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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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의 서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양이 나이 먹는 거 보면 안타깝고, 가끔씩 어쩔 줄 모르겠는데 나 같은 초보 집사에게 너무 고마운 기획”이라는 말. 이처럼 아픔과 마주하기 힘든, ‘어쩔 줄 모르겠는’ 집사들에게 작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인터뷰이 중 김나리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나리 님은 처음엔 니모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어요. 인간도 세월이 흐르면 활동성이 떨어지듯 인간보다 더 빠른 시간을 사는 고양이 역시 그런 거라고요. 나이 든 고양이의 일상이 매일 고통스럽고 힘든 게 아니라 대부분 평온하게 흘러간다고도 말해 주었어요. 나랑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나이 들어 약해지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 아프지만, 살아 있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안타까움이 조금 덜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와 반려인의 관계를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요
반려인과 고양이마다 맺고 있는 관계가 다 달라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저와 제 고양이들에 한해 표현한다면 저희는 10년 넘게 한 공간에서 생활한, 서로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잘 아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도 귀찮아하지 않고 조금 멀어져도 서운해하지 않는,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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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들과 함께하며 어떤 사람이 된 것 같습니까
부지런히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마실 물을 깨끗하게 갈아주기, 때 맞춰 밥 챙겨주기, 화장실 치워주기, 안아주고 만져주기 등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원래의 저보다 좀 더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사랑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걸 예전보다 덜 게을리하게 된 게 우리 고양이들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이 이 모든 기쁨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을 빌려볼게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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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황효진 @hwanghyozine

고양이 보통과 보리의 반려인이자 때때로 실패하며 배우는 기획자 겸 작가. 건강하게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운영 중이다. 책 〈아무튼, 잡지〉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어른이 되면 고민이 끝날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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