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가버렸다’의 촬영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만대루에 못질을 하고 훼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이는 가운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경북경찰청은 3일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중으로 접수된 고발장의 내용을 확인한 뒤 안동경찰서에 배당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발인은 “KBS 드라마 촬영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명백히 법적 처벌 대상”이라며 “복구 절차가 협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건축가 민서홍씨가 지난달 30일 병산서원을 방문해 해당 상황을 목격하고, 일련의 사실을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민씨는 병산서원의 주요 유적지인 만대루의 기둥 상단에 드라마 제작진이 소품 설치를 위해 못질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항의했고, 안동시청의 담당 부서에도 알렸다고 말했다.
민서홍씨는 병산서원에 못질을 하고 있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담긴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병산서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며 한국의 9대 서원 중 하나로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다. 조선의 문신 류성룡의 위패를 모신 곳이기도 하다. 병산서원의 만대루는 2020년 1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고, 소박하고 절제된 형식을 지닌 조선 중기 사원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받는다.
병산서원 훼손이 지난 2일 알려지자 안동시는 드라마 제작진이 지난해 12월30일 만대루 나무 기둥에 소품용 모형 초롱을 매달기 위해 만대루 나무 기둥에 못 자국 5개를 남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훼손 상황이 목격돼 신고가 접수된 당일에 현장을 찾았다고 밝힌 안동시는 “관련 법에 의거 촬영 중지 조치를 했다”며 “피해 상황을 확인 후 행정명령 부과 등 조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 병산서원에 남은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cm, 깊이 약 1cm로 알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KBS는 2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연말 안동 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 수 있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또한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KBS 홈페이지의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문화재를 대하는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비슷한 논란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7년에도 KBS는 대하사극 ‘대조영’을 촬영하다가 국가사적 제147호 문경새재 관문 곳곳에 대문을 박아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병산서원 훼손 사실이 건축가에게 목격되지 않았다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가버렸다’는 황도톨 작가의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평범한 여대생이 소설의 조연으로 빙의해 남자 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물로 배우 서현과 옥택연이 주연을 맡았다. 웹툰의 저작권을 보유한 스튜디오N와 KBS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이 제작해 올해 상반기 방송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