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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톡톡’ 윤은오 “대칭집착증 캐릭터, 하이킥 타블로 머리도 생각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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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모두가 숨죽인 채 넘버를 감상하고, 노래를 마치고서야 박수가 터져 나오는 뮤지컬과는 달리 ‘톡톡’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윤은오는 “배우끼리도 호흡을 하지만, 웃음소리도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걸 극장에 와서 느꼈다”면서 관객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배우들끼리만 대사를 주고받는 연습 때와는 달리 웃음소리도 대사라는 생각이 들죠. 무대에 서는 건 6명이지만 7명이서 같이 하는 것처럼 객석에서의 웃음소리와도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웃으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말도 하세요. 특히 밥이 릴리를 위로한다고 갑작스럽게 볼 뽀뽀를 할 때는 캐릭터들도 놀라지만 ‘어?’하고 객석에서도 육성으로 놀라시더라고요. (웃음) 이런 것들도 관객 참여형 작품처럼 다같이 편하고 재미있게, 집중해서 보고 계시다는 걸 느끼게 해 주니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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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극열전

바닥에 그려진 선을 밟지 못하고, 대칭에 집착하는 캐릭터인 밥은 5대5 가르마를 탄 머리 모양과 의상에도 디테일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초록색으로 깔맞춤해서 입고 나가는 것도 웃기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그는 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한 디테일에 대해 설명했다.

“헤어 스타일도 대칭에 예민한 친구라면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타블로 씨가 했던 머리처럼 하고 나와야할까 싶었지만, 관객분들도 못난 걸 별로 보고 싶지는 않으실 테니까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것 외에는 자잘한 행동들로 신경 쓴 것 같아요. 손에 든 것도 대칭으로 들고 있어야 하나 싶어서 모노폴리 할 때도 돈과 증서를 각각 양손에 들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말을 반복하는 특징을 가진 릴리와는 겹치는 게 없도록 뺀 것들도 있어요”

또 윤은오는 연기하게 된 밥과 자신이 너무 닮아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밥처럼 초록색과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그는 관련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초록색을 정말 좋아해서 가방 안을 보면 거의 다 초록색이고,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옛날에는 각 맞추는 걸 많이 신경 썼어요. 군대에서는 훈련소에서 각 맞추는 게 점수가 되니까 정말 많은 점수를 얻었죠. (웃음) 그래서 상병, 병장 되고 나서는 후임들이 피곤해했어요.”

윤은오의 철저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안정된 건 함께 사는 사람이 생기고 나서다. 뮤지컬 배우 나하나와 결혼식을 올린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직접 느끼면서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공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점점 괜찮아지더라고요. 저희 공연에서도 내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할 때 증상이 완화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그것처럼 내 생각만 하고 살았을 때는 그런 것들에 더 신경 쓰고, 당연하게 제가 맞다고 생각했다면 남을 생각하면서 살다 보니 내 생각만 옳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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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극열전

밥과 윤은오는 여러 특징이 닮아있지만, 반대색을 띠는 성향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밥과 달리 윤은오는 사공이 없을 때만 먼저 나서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이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은 연기하는 캐릭터에 제 원래 성격을 더해서 저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 많았어요. 소심한 성향의 캐릭터가 잘 맞았고, I 성향이 생각했을 때 어떨지 생각하고 연기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근데 밥 같은 경우는 I라는 성향을 집어넣을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좀 더 E적인 성향을 더하는 게 이 캐릭터에 어울리겠다 싶어서 털털하고 쿨한 척 연기 해보려 하고 있어요. 다른 성격 유형으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라 재밌어요.”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톡톡’에서 밥은 그룹 치료에서 처음 만난 릴리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윤은오는 감정의 기승전결이 분명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과 달리, 소동극 속 피어난 기습 로맨스를 만들어간 과정을 전했다.

“다른 작품에서의 로맨스는 과정이 있거든요. 근데 ‘톡톡’에서 밥과 릴리는 몇 시간 안에 이뤄지는 급작스러운 사랑이다 보니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저하고는 제일 안 맞았죠. (웃음) 그래서 밥을 맡은 배우끼리도 언제부터, 어느 포인트에서 릴리에게 빠지게 되는 건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결론은 뭐가 없더라고요. 호감인 첫인상으로 시작해서 말을 두 번 한다는 포인트에서 더욱 마음이 커진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로맨스로 정해진 작품에서는 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생각하고, 갈등하는 장면이 주어졌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는 상태에서 릴리한테 반하는 포인트를 만드는 게 어려운 과정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의 밥 역은 윤은오, 임진섭, 정지우가 함께 연기한다. 윤은오는 함께 고민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간 세 배우의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밥에 대해 설명했다.

“진섭이는 덩치가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데 귀여운 반전 매력이 있어요. 배우들끼리도 눈이 너무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오히려 지우가 막내인데도 털털하고 터프한 밥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표현하는 밥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강박에 대해 예민한 면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증상에 관련된 걸 건들 때마다 짜증도 되게 많이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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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극열전

‘톡톡’은 밥과 릴리 이외에도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다. 밥 이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묻자, 윤은오는 의외의 인물을 꼽아 보였다.

“연습실에서 생각한 건 이 작품이 배역의 성별이 바뀌어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는 성별을 바꿔서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블랑슈나 릴리를 하고 싶어요. 블랑슈는 감춰둔 제 결벽 같은 습관들을 잠깐 다시 꺼내서 쓸 수 있는 역할이고, 릴리는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당시 을사년 새해를 앞두고 있던 시점, 윤은오는 2025년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시간을 잘 운영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리딩 공연까지 합하면 작품을 7개 정도 했어요. 바쁘게 살았죠. 돌아보면 1년이 정말 짧게 느껴져서, 내년은 초조한 마음 없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해를 보내고 싶어요. 일을 구하는 것처럼 쉬는 시간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윤은오는 이번 ‘톡톡’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남겼다.

“타인의 강박이나 예민한 부분에 대해 밥처럼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게 누군가에게는 작은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들었을 때는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 말이 생각날 것 같거든요. 날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서 생긴 여유로 타인에게 마음을 쓰고 나눠주는 게 본인에게는 별것 아닐지라도 받는 사람으로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톡톡’을 통해 따뜻한 말을 전했을 때 좋아할 내 주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톡톡’은 서현철, 최진석, 임기홍, 김대종, 민성욱, 정수영, 김유진, 송영숙, 김아영, 김이후, 루나, 윤은오, 임진섭, 정지우가 출연하며 오는 2월 23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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