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에서 또는 손바닥에서 영화를 만나는 시대.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한 작품이 맥스무비의 선택을 받았다. ‘하얼빈’과 ‘듄: 파트2’이 맥스무비 선정 ‘포테이토 지수’ 넘버 원 무비로 꼽혔다.
‘하얼빈’과 ‘듄: 파트2’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개봉한 작품들 중 86편을 대상으로 작성한 87편의 리뷰에서 1위에 등극했다. 이어 ‘보통의 가족’ ‘대도시의 사랑법’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2위를, ‘나의 올드 오크’가 3위를 잇따라 차지했다. 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4위였고, ‘존 오브 인터레스트’ ‘챌린저스’ ‘소풍’이 5위에 올랐다.
포테이토 지수는 각각의 작품을 분석한 뒤 이를 백분율(100%~0%)로 나누는 맥스무비 고유의 평가 방식으로, 지난해 7월 도입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주위에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짠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평가한다.
●’하얼빈’ ‘듄: 파트2’…영화적 체험 극대화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과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2’가 포테이토 지수 92%로 1위에 등극했다. ‘하얼빈’은 300억원, ‘듄: 파트2’는 2억 달러(2949억원) 가까이 돈을 들여 만든 ‘대작’으로, 거대한 외양과 볼거리로 즐거움을 제공했다.
‘하얼빈’은 ‘늙은 늑대’를 제거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독립군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했다. 고뇌하는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를 조명”하고 안중근과 독립군의 여정을 “수준 높은 프로덕션”으로 완성해내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현 시국을 예견한 것 같은” 매서운 대사도 주목을 받았다.
“밀정들의 암약으로 동료들도 함부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위해서 전진하는 안중근과 동료들의 험난한 여정은 광활한 대지, 비장한 선율과 어우러져 비감을 더한다.”
‘듄: 파트2’는 2021년 개봉한 ‘듄: 파트1’의 속편이다. 우주 패권을 둘러싼 귀족 가문들의 다툼에 휘말려 도망자 신세에서 구원자로 거듭나는 폴(티모시 샬라메)의 이야기를 그렸다. ‘듄: 파트2’는 전편보다 깊어진 이야기, 거대한 모래 벌레와 대규모 우주 전투 등 경이로운 시각적 효과로 ‘듄친자'(팬덤)들의 마음을 훔쳤다. ‘듄: 파트2’는 “압도적으로 놀라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전편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작품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듄:파트2’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광활한 사막과 거대한 모래 벌레, 프레멘 종족과 하코넨 가문의 대규모 전투 등 장엄한 비주얼과 역동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시청각물에 압도된다.”
●’보통의 가족’부터 ‘소풍’까지…현실에 비추는 거울
포테이토 지수 91%로 2위에 오른 ‘보통의 가족’ ‘대도시의 사랑법’ ‘마리우폴에서의 20일’과 88%로 5위에 오른 ‘소풍’은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소재로 현실을 곱씹게 했다. 89%로 4위를 차지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충격적 실화를 소재로 경종을 울렸다.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은 자녀의 범죄 사실을 안 두 형제 부부의 이야기로, 이들의 사건 수습 방식을 통해서 인간의 양면성을 파헤친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빈틈없는 배우들의 열연과 전작에서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감독의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보통의 가족’은 잘못을 저지르고 뉘우치지 않는 자녀와 자녀의 잘못을 묵과하려 하는 부모를 통해서 “성적 만능주의 교육을 비판하는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이들 부모와 그들의 아이들을 통해 좋은 성적을 얻고, 좋은 대학만 가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지,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한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댄다.”
이언희 감독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서로의 비밀과 상처를 공유한 남녀의 이야기로, 사랑보다 더 설레는 우정을 보여준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설 원작 못지않게 뛰어난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아웃사이더’인 두 청춘의 성장통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사회를 꼬집는” 동시에 “유쾌한 화법으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점이 미덕으로 꼽혔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비춘다. 여성의 몸을 평가하고,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영화 밖 세상에서 고스란히 일어나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를 심각하게 않게 오히려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치 유쾌하게 풀어낸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감독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은 2022년 2월 시작돼 지금까지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참혹한 현실을 담는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비인간적인 전쟁이 얼마나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집요하면서도 대담하게 뒤쫓는” 작품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에 병사를 파병한 정황이 확인되고, 정치적·지정학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들의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시의적인 작품으로 평가됐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기록한 ‘마리우폴 포위전’은 2년 전 종결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전쟁의 결말은 결국 비극’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용균 감독의 ‘소풍’은 고향으로 우정 여행을 떠나는 두 노년 여성 여성의 이야기로, 나문희와 김영옥이 주연으로 활약했다. 60년 넘게 연기 한 우물을 판 ‘국민배우’답게 “따스한 웃음을 안기다가 끝내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관록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노인들의 죽음과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는,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 중인 한국 사회에 “시의적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은심과 금순은 일어나기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몸으로 자연스럽게 죽음과 존엄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그저 ‘남의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80대인 두 배우는 영화의 이야기와 주제를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은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한 정부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실제로 일어난 아동 인신매매 사건을 영화화해 관심을 모았다. 영화가 다루는 아동 인신매매 및 성착취 소재 자체는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극적 장치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 공감을 얻었다.
“피해 사실을 직접적 또는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뿐더러 담담하게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극적인 구성이나 장치 없이도 아동 인신매매, 그것도 실화라는 참담하고 불편한 영화의 진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나의 올드 오크’ ‘퓨리오사: 매드맥사 사가’…거장의 힘
올해 88세의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가 포테이토 지수 90%로 3위를, 79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거장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89%로 4위를 차지했다. ‘나의 올드 오크’와 ‘퓨리오사: 매드맥사 사가’는 긴 세월에도 무뎌지지 않는 거장의 깊은 통찰과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를 확인시켜줬다.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미안해요, 리키’에 이어 사회적 약자와 이들의 연대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이다. 영국 북동부 폐광촌의 오래된 술집을 배경으로 운영자인 중년 남성과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의 우정을 그렸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켄 로치 감독의 당부가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작품”으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때로는 날카로운 칼날을 드러내는” 거장의 장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우리를 어렵게 만든 사회 제도에는 아무런 말도 못하면서 힘이 없는 약자들에게 그 분노를 쏟아낸다는 말. ‘나의 올드 오크’를 그저 창작한 이야기로, 머나먼 영국의 외딴 도시에서 일어난 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핵전쟁 이후 황폐화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은 퓨리오사의 복수를 그렸다. 2015년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독재자를 물리치고 인류를 구하는 여전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퓨리오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뤘다. “감독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감성으로 또 한 번 짜릿한 광란의 질주를 선사”해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에 이어 퓨리오샤를 넘겨받은 안야 테일러 조이가 어떻게 연기할지 관심을 모았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퓨리오사에 대해서는 “과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고 하면서도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아쉬움도 덧붙였다.
“퓨리오사가 어떻게 복수자에서 구원자로 거듭나는지 그의 전사가 궁금하다면 놓쳐서는 안될 작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챌린저스’…참신한 화법
포테이토 지수 88%로 5위를 차지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챌린저스’는 신선한 화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작품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 사택에서 살아가는 나치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작품은 학살 장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이를 암시하는 최소한의 시각적, 청각적 정보만으로 비극을 드러낸다. 또 담장 너머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생활하는 회스 가족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낸” 점으로도 주목받았다.
“영화는 벽 너머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통제하면서도 미묘한 시각적, 청각적 신호를 꾸준히 쌓아가며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끔찍한 현실을 상상하게 유도하게 한다. 벽 하나 사이로 피해자의 고통에 무심하게 반응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적 비극을 더욱 짙게 하고, 잔인함을 배가시킨다.”
‘챌린저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로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거부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듄’ ‘스파이더맨’ 시리즈 등 화제작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된 젠데이아의 만남으로 화제로 모은 작품이다. 테니스를 소재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포테이토 지수는 “테니스 경기로 세 남녀의 예측할 수 없는 관계를 은유”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 점에 주목했다. 동시에 “화려하고 매혹적인 젠데이아”의 존재는 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자 매력으로 치켜세웠다.
“게임처럼 스릴 넘치고 게임처럼 중독성 강한 사랑이야기, ‘챌린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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