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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쾌하게 찍을 수 없었다”… ‘하얼빈’ 우민호 감독이 선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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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이 영화 ‘하얼빈’으로 돌아왔다. / CJ ENM
우민호 감독이 영화 ‘하얼빈’으로 돌아왔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9월 열린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주목받은 데 이어 지난 24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특히 개봉 전부터 압도적 예매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은 ‘하얼빈’은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현빈‧박정민‧조우진‧전여빈‧박훈‧유재명‧이동욱 등 배우들의 호연, 묵직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 현 시국과 맞물린 시의적절한 메시지 등으로 극장가를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메가폰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잡았다. 우민호 감독은 국내 역사에서 한 번쯤 되짚어볼 만한 사건을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재구성하며 대중의 신뢰를 얻어왔다. 한국 사회 내부의 민낯을 비춘 영화 ‘내부자들’(2015)부터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까지 과거의 사건부터 현대 우리 사회를 꿰뚫는 작품들로 매체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4년 만에 새 영화로 돌아온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을 통해 1909년 안중근 장군과 독립군들의 이야기에 주목,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안중근 장군의 진심과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우민호 감독은 연출 계기부터 중점 포인트, 촬영 과정 등 ‘하얼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접수한 ‘하얼빈’. / CJ ENM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를 접수한 ‘하얼빈’. / CJ ENM

-연출 계기는. 안중근 이야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3년 정도 전에 우연히 안중근 장군의 자서전을 읽었다. 몰랐던 지점이 꽤 있더라. 너무나 젊었고 그냥 영웅으로만 알았는데 패장이더라. 지탄도 많이 받았고. 그분이 어떻게 그런 거사를 성공할 수 있었을까 호기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분이 했던 실제 말씀이 되게 와닿았다. 우리 영화에 나오는 내레이션이 실제 안중근 장군이 했던 말이다.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우리가 이기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다, 멈춰서는 안된다’고. 그 말을 그대로 썼다. 우리가 삶을 살다 보면 많은 역경이 있잖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이 있고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관객에게 전해진다면 2024년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어떤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난 위로가 되고 힘이 됐거든. 그래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들지만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

-처음 연출 제안을 받고는 거절했다고.

“제작사에서 ‘하얼빈’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고 연출 제안을 받았는데 못한다고 했다. (안중근이) 워낙 영웅이잖나. 나는 전작에서 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고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투쟁한 분을 다룰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 다시 전화를 해서 감독이 정해졌냐고 했더니 아직 안 정해졌다고 하더라. 많은 감독이 거절했을 거다. 잘해야 본전이니까.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깜짝 놀랐다. 순수 오락영화였다. 가공의 인물이고 가상의 사건이면 오락 영화로 만들 수 있지. 그런데 이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잖나. 도전해 보고 싶은데 이렇게는 못한다, 나는 이 영화를 되게 굵직하게 찍고 싶다고 제작사에 말했다. 그 지점이 동의가 되면 내가 하겠다고. 동의가 돼서 시작을 하게 됐다.”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마음이었나. 

“창피하기도 한데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게 있었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그분들(독립운동가)에게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죄송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현빈을 포함한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오락적 요소를 빼고 굵직한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상업영화로서의 재미,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당연히 (고민을) 했지만 과감하게 선택한 거다.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지킨다고 해서 꼭 흥행이 되는 것도 아니잖나. 실패한 작품이 상당히 많다.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라 블록버스터도 좋고 오락영화도 좋은데 이 영화는 그렇게 찍으면 안된다고 결심한 거다. 우리가 진심을 다해 찍으면 관객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신아산 전투 장면을 찍을 때 눈 설정이 없었다. 그런데 촬영을 하는 데 눈이 계속 내리는 거다. 광주에서 찍었는데 50년 만에 폭설이 왔다. 하늘이 준 선물인 것 같았다. 눈이 내리니까 그 자연이 너무 아름답더라. 우리의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라는 마음과 동시에 그런 우리의 국토가 유린되는구나 싶었다. 그런 장면을 통쾌하게 찍을 순 없었다. 그것은 꼭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땅도 있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식물, 동물, 자연이 다 훼손되는 거잖나. 전쟁이 일어나면 그렇다. 못봤으면 모를까 통쾌하게 찍을 수 없었다.”

인간 안중근의 고뇌에 집중한 ‘하얼빈’. / CJ ENM
인간 안중근의 고뇌에 집중한 ‘하얼빈’. / CJ ENM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극적인 재미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 영화가 사실 요즘 영화 같진 않다. 요즘 특히 젊은 사람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들에 익숙해져 있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절대 아닌데 나는 고민을 했다. 이런 시대에서 영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이 영화를 클래식하게 찍고 싶었다. 컷도 많이 없고 클로즈업도 많이 없고. 그럼에도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떤 분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충분히 했다. 관객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다. 너무 드라마틱하게 하면 신파라고 또 뭐라고 하잖나. 내가 원래 신파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그분들(독립운동가)의 마음을 신파로 받고 싶지 않았다. 담담하지만 힘 있고 숭고한 느낌으로 풀어지길 바랐다.”

-사건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출적으로는 어떤 고민을 했나.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이) 완벽해 보이는 게 싫었다. 우리들의 모습 같았다. 영화를 보면 안중근 장군도 그렇고 다른 인물들도 그렇고 단독 클로즈업 장면이 별로 없다. 다 그룹샷이다. 전작에서는 단독 클로즈업이 되게 많았는데 ‘하얼빈’은 동지들에 대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 두드러지거나 영웅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다. 이 거사를 다 같이 했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안중근 장군이 총을 당길 수 있었다는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허구적 인물을 배치한 의도는 무엇이었나. 

“실제로 그 일을 주도했던 안중근 장군과 몇몇 사람들이 있잖나. 주도한 사람은 몇몇이지만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거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우연히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계속 뭔가가 연결돼 있는 거다. 나도 모르는 무엇, 사람과 사람이 연결이 돼서 결국 일이 성사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또 너무 역사 팩트로 가기엔 재연드라마가 아니잖나. 리얼하지만 어떻게 영화적인 걸 찾아갈까 고민을 했다. ‘남산의 부장들’도 그렇고 가공의 인물을 썼다. 그 가공의 인물들을 통해 영화적 순간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거다. 이창섭도 그렇고 공부인도 그렇고. 또 밀정을 설정함으로써 첩보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하얼빈’에서 유일하게 오락적 요소를 하나 넣은 지점이다.”

안중근뿐 아니라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담아낸 ‘하얼빈’. / CJ ENM
안중근뿐 아니라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담아낸 ‘하얼빈’. / CJ ENM

-여성 독립운동가 공부인의 등장도 의미가 깊다.

“당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여성 독립군도 있고 투사들도 있었다. 특출난 사건이고 거사기 때문에 실존 인물을 쓸 순 없었고 여성 독립운동가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부인이 탄생하게 된 거다. 전여빈이 너무나도 강단 있고 단단하게 그 역할을 소화해 줬다. 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되게 우아했다고 생각한다. 숭고하게 그려지길 바랐다.”

-특별출연 정우성이 연기한 인물을 통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최근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편집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당시에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길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끝이 보이지 않잖나. 언제 끝날지 모르고 그런 두려움 속에서 계속 좌절하고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그 캐릭터는 길을 잃었다는 게 중요했다. (정우성 분량은 논란 전에) 이미 편집이 끝난 상태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중이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현 시국과 맞물려 곱씹게 되는 대사도 많았는데 마지막 안중근의 대사가 유독 그랬다.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영화를 공개했는데 그때와 내레이션이 똑같다. 마지막 안중근 내레이션은 안중근 장군이 실제 말한 걸 두고 앞뒤를 내가 채워서 만든 거다. 그 내용이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2024년 새해 벽두에 갑자기 확 영감을 받았다.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고 10분도 안 걸려서 완성한 대사였다. 한 번의 성공으로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안중근 장군은 당연히 알았고 100년이 걸려도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35년 뒤 독립을 이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끝까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그게 우리의 승리다. 그런 지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마지막 내레이션을 만들었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백성들이 가장 골칫거리’라는 이토 히로부미의 말도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라.

“실제 이토 히로부마기 했던 말이다. 우리나라와 유생을 되게 무시했더라. 하나도 겁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런데 초대 총독부 총감으로 갔을 때 마차를 타고 갈 때마다 거리에 있는 민초들이 자기를 보는 눈빛이 너무 서늘했다는 거다. 왕과 유생은 무섭지 않은데 민초들의 눈빛에서 뭔가 느꼈다고 자료 조사 과정에서 알게 돼서 그런 대사를 만든 거다. 그런데 그 대사가 지금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 상황이 돼버렸다.”

우민호 감독이 현빈을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 CJ ENM
우민호 감독이 현빈을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 CJ ENM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어땠나. 

“눈밭에서 뒹굴고 진흙밭에서 뒹굴면 진흙과 얼음이 바지를 타고 들어가서 속옷 안까지 들어간다. 그런데 갈아입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걸 다 버텨서 찍더라. 그래서 완성할 수 있었다. 안그랬으면 완성하지 못했을 거다. 배우들이 정말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현빈은 절대 대역을 안 썼다. 얼굴도 안나오고 뒤통수나 발만 나와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배우의 자세에서 매 순간 감탄했다. 조우진도 막 얼음판을 깨고 들어가잖나. 배우들이 그렇게 처절하니까 영화도 그렇게 처절하게 완성될 수 있었던 거다.”

-현빈어어야 했던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안중근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실패한 패장이 하얼빈까지 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단하고 고뇌에 차 있었을까. 두려움 또한 있지 않았을까. 슈퍼맨도 아니고 AI도 아니고. 가족은 조국에 남겨지고 또 실패한다면 많은 동지들이 죽을 테고 여러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눈빛이 현빈에게 있다고 봤다. 부드럽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강한 힘, 결기가 느껴지고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절대 꺾이지 않는 그런 지점이 현빈의 눈에 담겨있기 때문에 현빈이어야 했다.”

-현빈이 세 번 거절했다고. 설득 과정도 궁금한데. 

“될 때까지 하자는 마음이었다. 10년이 걸려도 100년이 걸려도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안중근 장군의 말처럼. 현빈이 세 번 거절하고 결심했는데 10번도 더 설득했을 거다. 될 때까지 했을 거다. 만약 현빈이 거절했으면 이 작품을 안했을 수도 있다. 한 1년 뒤에 또 설득하고 그래도 실패하면 나도 생활을 해야 하니까 다른 작품 하다가 다시 또 하고 했을 거다.(웃음)”

-일본 대표 배우 릴리 프랭키(이토 히로부미 역)도 함께했다. 제안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 역할의 상징성 때문에 고민이나 걱정은 없던가. 

“우선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어느 가족’을 보면서도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할까 싶었다. 본인만의 아우라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 같은 역할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안 할 거라고 생각했고 ‘아님 말고’라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선뜻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 팬이라고 하면서. 그래서 오히려 릴리 프랭키는 쉽게 캐스팅했다. 완성된 영화도 만족해했다. (걱정이나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한 거다. 목소리도 좋고 아우라도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우민호 감독이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닿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 CJ ENM​
우민호 감독이 안중근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닿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 CJ ENM​

-일본군 모리 다쓰오 역은 박훈에게 맡겼다. 인상적인 열연을 펼쳤는데. 

“이토 히로부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한국 배우로 하는 게 부담스러웠고 박훈이 연기한 모리 다쓰오는 가상의 인물이니까 한국 배우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박훈은 ‘남산의 부장들’을 같이 했다. 되게 잘했는데 통편집이 됐다. 어쩌다보니 통편집됐다. 그렇다고 미안해서 캐스팅한 것은 아니고 ‘하얼빈’에서는 절대 통편집될 수 없는 캐릭터를 주겠다고 했는데 일본인이었던 거다. 일본어를 해야했는데 그게 정말 어렵거든. 일본에서도 개봉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없길 바랐다. 박훈이 정말 밤새 연습했다. 잠꼬대를 일본어로 할 정도로 연습했다고 하더라.”

-이동욱도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고 이동욱에게 이런 얼굴이 있구나 놀랐다. 그때는 ‘하얼빈’을 하기 전이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너무 매력적이더라. 인간적으로도. 그러다 이 작품에 들어가면서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제안을 했다. 라트비아에 한 달 같이 있었는데 현빈이랑 이동욱이 같이 산책을 하러 나오는데 너무 멋있는 거다. 다 쳐다보더라. 그래서 애국한다는 심정으로 매일 한 시간씩 돌라고 했다.(웃음)”

-클로즈업을 워낙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 연출자로서 욕심도 있었을 것 같다. 특히 하얼빈역 거사 장면은 부감(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으로 담았더라. 의도는 무엇이었나.

“욕심 있었다. 당겨서 찍고 싶었지. 릴리 프랭키도 그렇고 당겨서 얼굴을 찍고 싶었다. 그렇지만 좀 다르게 찍고 싶었다. 그 순간(하얼빈역 거사)을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다. 또 하나는 먼저 간 동지들의 시선으로 찍고 싶었다. 대중의 시점이 아니라 그 일을 하기까지 수많은 동지들이 희생했으니까 동지들의 시점으로 짚고 가고 싶었다. 하늘에서. 현빈에게도 안중근 장군의 ‘까레아 우라’가 그들에게 들릴 수 있게끔 외치라고 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나.

“배우들, 스태프들과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 영화는 잘 찍어도 못 찍어도 3‧1절이나 광복절에 계속 나오겠구나. 그러니 우리 정말 잘 찍자고. 못찍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 감독으로서 고통스러운 일이 없거든. 그런 작품은 볼 때마다 몸이 아프다.(웃음) 그래서 이 작품은 되게 잘 만든 영화로 남겨지길 바랐다. 유족들을 모시고 시사회도 하고 했는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로 남길 바란다. 안중근 장군님이 보시진 못하겠지만 그분 얼굴에 누가 되지 않는,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독립군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힘들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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