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낼 시간 리뷰 |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삶이 늘 좋을 순 없다. 그렇지만 늘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힘을 낼 시간’이 필요하다.
18일 개봉한 영화 ‘힘을 낼 시간'(연출 남궁선·제작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전 재산 98만 원의 전직 아이돌 수민(최성은), 태희(현우석), 사랑(하서윤)이 26살에 처음 떠난 수학여행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는 제주도에 도착한 세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들 다 가는 제주도 수학여행도 못 가 본 전직 아이돌 출신 삼인방은 캐리어 하나만 끌고 그곳에 도착한다.
부푼 꿈도 없다. 앞으로 어떤 것을 할 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 그런 세 사람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속절없이 흔들린다. 식당에서 다른 손님의 대화를 뒷담화로 오해해 사랑이 폭행 시비를 벌이는가 하면, 합의금으로 그나마 있는 돈을 모두 날리고 실신할 때까지 귤밭에서 노동을 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랑은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잃어버린다. 이어 연락을 받고 도착한 유실물 센터에선 처음으로 이들을 알아본 팬 소윤(강채윤)을 만난다. 소윤이 찾은 캐리어는 사랑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억지로 세 사람에게 가방을 안겨준다. 소윤을 만나고 스쳐 지나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세 사람은 좋든, 싫든 그가 지어준 캐리어 혹은 추억을 안고 숙소로 돌아온다.
소윤의 존재는 이들에게 가장 지우고 싶던 순간들을 정면에서 마주하게 하는 인물이다. 소윤은 세 사람 앞에서 끝없이 이들의 과거사를 읊는다. 그 시간이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세 사람은 ‘잃어버린’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힘을 낼 시간 리뷰 |
어찌 보면 평범한 20대 중반의 청춘 같지만, 세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 대기실에 들어가듯 귤밭에 출근하며 연신 인사를 하고, 귤밭 농장주를 ‘실장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과로로 쓰러진 뒤에도 “괜찮습니다. 저 할 수 있습니다”를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웃어 보이기도 하고, 일부러 붙임성이 좋은 척 애교를 부린다. 앞에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뒤돌아선 모든 걸 토해낼 수밖에 없는 거식증까지 앓고 있다. 이는 세 사람이 지나온 과거의 흔적들이다. 이들의 과거는 화려했지만, 동시에 비참했고, 크고 작은 흔적들을 남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잃어버린 과거, 보이지 않는 미래’로 표현한다. 그런 그들에게 귤밭 주인 상표(홍상표)는 일당의 두 배를 얹어주며 “그냥 놀아!”라는 주문을 한다. 상표에게 세 사람은 ‘망한’ 혹은 ‘실패한’ 이들이 아닌 또 다른 기회의 문턱에 선 청춘들이다. “젊음의 매 순간이 기회임을 젊음은 종종 잊는다”는 한 예능프로그램 속 말처럼, 세 사람의 청춘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힘을 낼 시간선 위에 서 있다.
모종의 사건을 겪고, 갈등 속에서 세 사람은 과거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아팠던 시간들이 꼭 괴로움만을 남기진 않았음을 깨닫는다. 상처 위엔 새살이 돋고, 또 굳은살이 배긴다. 그렇게 이들은 ‘힘을 낼 시간’을 마주하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 ‘힘을 낼 시간’은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힘을 낼 시간’이야’라고 속삭인다. 수면 위에 떠오른 메시지들은 직관적으로 날아든다. 그러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할 정도로 지친 이들에겐 책의 첫 장을 겨우 넘기기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겉표지만 읽고 눈을 감아버리고 싶다. ‘힘을 낼 시간’은 그런 이들을 위해 첫 장부터 메시지를 적어놨다. 어쩌면 이들이 다음 챕터를 펼칠 동력을 줄지도 모른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99분이다.
◆ 기자 리뷰 한줄평 : 위로의 시간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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