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도 설레는 일도 반가운 일도 많았다. 반면 분노를 자아내거나 의혹을 키우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 일들도 이어졌다.
2024년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뜨겁게 달군 10명의 인물을 통해 10대 이슈를 시간 순서로 살폈다. 매년 이맘때 늘 바라는 대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따뜻하게 웃을 일이 더 많길 바란다. (2024년 엔터테인먼트 결산①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마동석… ‘범죄도시4’ 트리플 1000만
배우 마동석의 기획으로 출발한 영화 ‘범죄도시4’가 지난 5월15일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22년과 2023년 개봉한 2, 3편에 잇는 ‘트리플 1000만’의 대기록이다.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을 향해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두르는 괴물형사 마석도는 온전히 마동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한국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3년 연속 개봉해 3편 연속 1000만 흥행을 달성한 기록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운 한국영화 최초의 성과이다.
최근 연출이나 제작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마동석은 2005년 영화 ‘천군’에 출연해 연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줄곤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훗날 직접 제작할 작품들을 구상했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 프로듀서들과 ‘팀 고릴라’를 만들어 기획을 이어갔고 ‘범죄도시’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사 빅펀치픽쳐스를 설립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동석은 ‘트리플 1000만’의 대기록에 안주하지 않는다. 주연과 제작을 맡은 판타지 시리즈 ‘트웰브’의 촬영을 진행 중인 마동석은 ‘범죄도시’ 후속편에 대한 구상에 한창이다. “‘범죄도시’ 1~4편은 이야기의 1막으로 오락 액션 활극이었다”며 “앞으로 나올 5~8편은 2막으로 더욱 짙어진 액션 스릴러로 완전히 새로워진다”고 예고했다. 마동석은 현재 5편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임영웅…공연 실황 첫 100억 매출
‘임영웅 파워’가 극장에서도 증명됐다. 8월28일 개봉한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공연 실황 영화 최고의 흥행작에 등극했다. 누적관객 35만명을 동원, 기존 1위인 방탄소년단의 2019년 공연 실황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34만명)을 제쳤다. 또한 두달 동안 장기 상영을 통해 10월23일 누적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역시 공연 실황 영화로는 첫 100억원 달성이다. 특수상영관인 IMAX(아이맥스)와 Screen(스크린) X에서 동시에 개봉해 매출 상승을 이끌면서 당분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을 세웠다.
임영웅은 솔로 가수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틀 동안 단독 콘서트를 열고 10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전국투어 콘서트의 전회차 매진과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매진, 그리고 지난 27일 시작해 내년 1월5일까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여는 단독콘서트까지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수 누구도 이루지 못하는 관객 동원 스케일이다. 팬덤 ‘영웅시대’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가능한 일이다.
● 로제…전 세계 사로잡은 신축 ‘아파트’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10월18일 발표한 노래 ‘아파트'(APT.)가 공개 직후 글로벌 음악 시장을 강타했다. 인기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부른 듀엣곡으로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가 반복되는 경쾌한 노래가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공개 직후 국내의 모든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한 ‘퍼펙트 올킬’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 40개 지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연이어 기록했다. 특히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 달성은 K팝 여성 솔로 가수로는 최초다. 뮤직비디오는 역대 K팝 그룹과 솔로를 통틀어 최단 기간 5억뷰를 기록했다.
로제는 블랙핑크의 울타리를 넘어 여성 솔로로 미국 빌보드에서도 최초의 성과를 냈다. 11월2일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8위로 첫 진입했다. 솔로와 그룹을 통틀어 K팝 여성 가수로 기록한 최고 순위이다. 또한 글로벌 양대 팝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에 4위로 처음 진입해 2위까지 올랐다. 역시 K팝 여성 솔로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로제의 이 같은 성과는 자작곡으로 일군 성공으로 더욱 주목받는다. 오직 음악으로 승부하는 로제의 뚝심이 인정받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이어 지난 6일 첫 솔로 정규앨범 ‘로지'(rosie)를 발표한 로제는 수록된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해 역량을 과시하면서 K팝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우성…비혼으로 아들 출산
배우 정우성이 모델 문가비와의 사이에서 지난 3월 아들을 낳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정우성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밝혔고, 문가비는 “태어난 아이가 축복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우성의 아들 출산은 11월22일 문가비가 SNS에 아이를 낳은 사실을 밝히면서 알려졌다. 문가비의 깜짝 출산 고백이 주목받은 가운데 이틀 뒤인 11월24일 아들의 친부가 정우성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정우성과 문가비의 친분은 알려지지 않았고, 유명 스타가 비혼 상태에서 자녀를 얻은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도 없었던 만큼 대중에 놀라움을 안겼다. 온갖 추측도 쏟아졌다.
정우성은 자신을 둘러싼 이슈를 외면하지 않았다. 11월29일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제게 사랑을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문가비 역시 28일 SNS를 통해 “자연스럽고 건강한 만남 속에 과분한 선물처럼 찾아와 준 아이를 만나기로 한 것은 부모인 두 사람 모두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세간의 억측을 의식해서인지 “현재 두 사람의 모습이 조금은 다른 관계의 형태라는 이유로 이 아이가 실수이며 성장해 나가며 불행할 것이라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결혼이나 그 밖의 어떤 것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 김성수…계엄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다시 ‘서울의 봄’
“정신 나간 대통령이 어처구니없는 친위 쿠데타를 벌여 시민들과 젊은 사람들이 국회로 달려가고, 탄핵이 부결된 다음에 탄핵을 찬성시키기 위해 여의도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탄핵을 찬성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관객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왜 우리 영화를 많이 봤는지 알았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지난 17일 열린 제11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직후 꺼낸 말이다.
‘서울의 봄’은 40여년 전 일어난 군사반란을 다루면서 지난해 11월 개봉했지만 해를 넘기고도 작품이 지핀 ‘분노의 열기’는 계속됐다. 1월27일 1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들은 부당한 권력에 짓밟힌 역사를 스크린에서 확인하면서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12월3일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언하면다. 이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과 동시에 내란죄로 수사를 받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지금까지 국가의 혼란을 지속되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을 빗대 ‘서울의 밤’ ‘서울의 겨울’로 시국을 바라보는 시선과 각종 패러디를 통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영화인들은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불안과 공포, 우울함으로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국민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난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책임지고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박찬욱 감독은 국회에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지난 14일 여의도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위해 인근 빵집의 빵을 모두 구매해 전달했다. 가수 아이유도 이날 여의도 인근 식당과 카페에 통 큰 선결제를 하고, 여의도 시위에 참석하는 팬들과 시민들에 마음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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