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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 다양한 인간군상!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작품 BE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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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인생의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린 인간들이 벌이는 피비린내 나는 생존 게임. 이들은 폐쇄적인 공간에 모여들어 목숨을 내건 경쟁을 벌인다. 치열한 단계별 경쟁을 넘어서면서 순간순간 위태로운 선택에 내몰리는 사람들. 인생과 삶의 축소판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기어이 공간은 집단이 되고, 모여든 사람들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대변하고 상징한다

26일 그 시즌2가 초대장을 새롭게 발송한 가운데 이를 가감없이 드러내보이는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집단 속 인간군상의 적나라함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 이날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황 감독의 이 같은 시선의 가장 직접적인 무대이다.  장르도, 색깔도 다르지만 황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발현되는 방식에 집중해왔다. 그의 전작 가운데 관객의 인상에 깊이 남은 작품을 꼽았다.

● 영화 ‘도가니’,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날카롭게 세공하다(2011년 / 다시보기 : 넷플릭스·왓챠·애플tv·웨이브·U+모바일tv·티빙)

황동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공지영 작가의 2009년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교장과 일부 교직원들이 저지른 아동 학대와 집단 성폭행 등 만행을 담아냈다. 그에 앞서 2005년 6월 방송을 통해 실제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과 황동혁 감독의 영화는 자칫 잊힐 뻔한 사건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추악한 행태를 일삼았던 어른들의 모습이 텍스트와 영상에 극적으로 담기면서 많은 이들이 함께 분노하고 아파했다. 

영화 '도가니'에서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밝히기 위해 애쓰는 미술교사 강인호(공유). 사진제공= CJ ENM
영화 ‘도가니’에서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밝히기 위해 애쓰는 미술교사 강인호(공유). 사진제공= CJ ENM

영화는 친하게 지내던 교수의 추천으로 광주 인화학교에 미술교사로 근무하게 된 강인호(공유)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던 학교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이를 세상에 고발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몸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상한 상처, 입을 꾹 다문 교직원들의 음흉한 태도에 꺼림직함을 느낀 인호는 사건을 파고든다. 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정유미)에게 사건을 제보한 인호는 학교를 빠져나오지 않고, 폭력적인 상황에 그대로 방치된 아이들을 보호하려 애쓴다.

단단하게 결속된 내부자들의 문제를 끈질기게 고발하려는 외부자 인호처럼, 황동혁 감독은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세공해 들여다보게 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노력이 배어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 영화 ‘수상한 그녀’, 우연한 선택의 순간(2014년 / 다시보기 : 넷플릭스·왓챠·애플tv·웨이브·U+모바일tv·티빙)

언뜻 보기에 통통 튀고 발랄한 분위기의 ‘수상한 그녀’는 황동혁 감독의 필모그래피 분위기와는 어딘가 동떨어진, 돌출된 작품처럼 보인다. ‘도가니’, ‘남한산성’, ‘오징어 게임’ 시리즈처럼 대놓고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 감독이 줄곧 말해온 주제가 ‘틀린 그림 찾기’처럼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성기훈처럼 우연하게 찾아온 불행 혹은 기회로 인해 기존의 삶이 달라지며 숱한 선택을 하는 인물을 스케치한다. 감독은 ‘수상한 그녀’에서 노인이 20대로 돌아가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만약 이런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이야기를 확장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 속 70대 할머니에서 20대의 모습으로 돌아간 오말순/오두리(심은경). 사진제공=CJ ENM
영화 ‘수상한 그녀’ 속 70대 할머니에서 20대의 모습으로 돌아간 오말순/오두리(심은경). 사진제공=CJ ENM

교수인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70대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이 한순간 20대 시절 모습으로 돌아가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굽었던 허리는 어느새 꼿꼿해졌고, 주름진 피부는 탱탱하기만 하다. 50년 전 몸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 말순은 혼란스럽지만, 이내 오드리 헵번을 연상케 하는 ‘오두리'(심은경)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개봉 당시 866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18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KBS 2TV 드라마 ‘수상한 그녀’로 시청자를 다시 만나고 있다.. 

● 영화 ‘남한산성’, 우직한 또는 유연한 상황 직시(2017년 / 다시보기 : 넷플릭스·왓챠·애플tv·웨이브·U+모바일tv·티빙​​​​​​​)​​​​​​​

‘그 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가운데서)

1636년 청이 조선을 침략했다. 병자호란. 조선의 16대 임금 인조와 조정의 대신들은 1636년 12월14일부터 1637년 1월30일까지 47일 동안 남한산성으로 도망갔다. 2007년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그 해의 겨울이 차갑고 매서웠다고 서술했다. 이를 영화화한 황동혁 감독은 원작처럼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면서도 송곳처럼 뾰족한 전쟁 속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영화 '남한산성'의 척화파 김상헌(김윤석)과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사진제공=CJ ENM
영화 ‘남한산성’의 척화파 김상헌(김윤석)과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사진제공=CJ ENM

말과 말의 대치, 칼과 칼의 싸움, 삶과 죽음에 관한 가치관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과 고립된 산성 안에서 위태롭게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  풍전등화와도 같은 조선의 상황에 두 신하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은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주화파 최명길은 훗날을 도모하며 항복해야 한다 주장하고, 척화파 김상헌은 치욕 대신 죽음을 택하겠다 버틴다. 무능한 인조는 백성들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체면을 앞세우며 어떠한 결단도 내리지 않은 채 상황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황동혁 감독은 소설 속 챕터 형식을 빌려와 다층적인 서사 구조를 제시한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말과 말’로써 서로 맞서는 대신들과, 대장간 낫과 칼로 청의 대군에 맞서야 하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한 데 섞인다. 산성 속 47일간의 치열함을 극적이지만 담담하게 풀어낸다. 우직하게 성 안을 지키고, 유연하게 성 밖의 상황을 지켜보는 두 신하 김상헌과 최명길처럼, 황동혁 감독은 산성 안에 전혀 다른 인간군상을 응집시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기를 발휘한다. 

맥스무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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