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한국 영화는 전년 대비 누적 매출액, 관객 수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흥행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조차 넘기지 못한 작품들이 허다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도 단 10편에 불과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한국 영화 누적 매출액은 약 6,718억원, 누적 관객 수는 약 6,943만명으로 지난해 최종 매출액 약 5,984억원, 최종 관객 수 약 6,075만명을 모두 넘겼다. 올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묘’ ‘범죄도시4’ 등 두 편의 ‘천만 영화’가 상반기에 탄생했고 중급 코미디 영화 ‘파일럿’이 여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중박’ 흥행을 기록한 덕이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었고 국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등이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힘을 보탰다.
다만 흥행 양극화 양상이 심해지면서 소위 ‘대박 아니면 쪽박’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604편(이하 26일 기준)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15편(파묘‧범죄도시4‧베테랑2‧파일럿‧소방관‧탈주‧핸섬가이즈‧하이재킹‧시민덕희‧외계+인 2부‧하얼빈‧사랑의 하츄핑‧그녀가 죽었다‧건국전쟁‧히든페이스)이었고 200만을 돌파한 영화는 단 6편(파묘‧범죄도시4‧베테랑2‧파일럿‧소방관‧탈주)에 불과했다.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작품은 ‘파묘’(누적 약 1,191만명, 손익분기점 약 330만명), ‘범죄도시4’(누적 약 1,150만명, 손익 약 350만명), ‘베테랑2’(누적 약 752만명, 손익 약 400만명), ‘파일럿’(누적 약 471만명, 손익 약 200만명), ‘소방관’(누적 약 293만명, 손익 약 250만명), ‘탈주’(누적 약 256만명, 손익 약 200만명), ‘핸섬가이즈’(누적 약 177만명, 손익 약 100만명), ‘사랑의 하츄핑’(누적 약 123만명, 손익 약 70만명), ‘건국전쟁’(누적 약 117만명, 손익 약 12만명), ‘소풍’(누적 약 36만명, 손익 27만명) 등 10편으로, 흥행작 비율이 약 1.6%였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10위(외화 포함) 안에 든 작품은 6편이었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한 ‘파묘’가 올해 개봉작 중 전체 흥행 1위에 올랐고, 지난 4월 24일부터 관객을 만난 ‘범죄도시4’가 뒤를 이었다. 지난 9월 13일 스크린에 걸린 ‘베테랑2’는 추석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으며 전체 흥행 4위에 올랐고 지난 7월 31일 개봉해 여름 시장에 출격한 ‘파일럿’도 흥행에 성공하며 ‘베테랑2’의 뒤를 이어 전체 흥행 5위를 차지했다. 지난 4일 개봉한 ‘소방관’, 지난 7월 3일 극장에 걸린 ‘탈주’도 전체 흥행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 ‘파묘’ ‘범죄도시4’가 쏟아낸 흥행 기록들
올해 한국 영화는 2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파묘’(감독 장재현)와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다. 두 영화 모두 상반기에 개봉했는데 상반기 ‘천만 영화’가 2편이나 탄생한 것은 팬데믹 이후 처음이었고, 상반기 개봉한 한국 영화 두 편이 상반기에만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한국 영화 산업 역사상 최초였다.
스타트는 ‘파묘’가 끊었다. 지난 2월 22일 개봉한 ‘파묘’는 개봉 당일에만 33만189명을 불러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서울의 봄’ 오프닝 스코어 20만3,839명을 가뿐히 넘긴 기록이자, 장재현 감독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후 개봉 3일째 100만 돌파를 시작으로,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돌파에 이어 손익분기점인 330만명을 넘긴 데 이어 개봉 2주 차에는 개봉 첫 주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갔다.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까지 무서운 속도로 흥행세를 이어갔고 16일째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 누적 687만명)을 넘어 한국 오컬트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후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 돌파에 이어 32일째에 천만 고지에 오르면서 오컬트 최초이자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31번째 천만 영화 ‘서울의 봄’(누적 1,312만명)보다 하루 빠른 속도다.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오컬트 장르, 전통적으로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설 연휴 직후 개봉 등 여러 한계를 딛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새 역사를 썼다.
‘범죄도시4’도 ‘범죄도시2’ ‘범죄도시3’에 이어 또 한 번 ‘천만 영화’에 등극하면서 시리즈 도합 4,000만 관객 돌파에 이어 ‘트리플 천만’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역대 33번째, 한국 영화로는 24번째 천만 탄생이다. 특히 지난 4월 24일부터 관객을 만난 ‘범죄도시4’는 개봉 22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9년 개봉해 총 1,626만6,48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라 있는 ‘극한직업’(15일째 천만 돌파) 이후 최단기간 한국 영화 천만 돌파 신기록도세웠다.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에만 82만1,631명을 불러 모으며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은 물론,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뒤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4일째 오전 200만, 오후 300만, 개봉 5일째 400만, 개봉 7일째 500만, 개봉 9일째 600만, 개봉 11일째 700만, 개봉 13일째 800만, 개봉 17일째 900만을 돌파하며 압도적인 속도로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개봉 20일째인 13일 오전 7시 30분 누적 관객 수 975만6,978명을 기록,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범죄도시’(2017)의 688만546명, 시리즈 최고 흥행작 ‘범죄도시2’(2022)의 1,269만3,415명, 2023년 극장가를 휩쓴 흥행작 ‘범죄도시3’(2023)의 1,068만2,813명까지 시리즈 도합 4,000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개봉 22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트리플 천만’ 타이틀까지 꿰차는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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