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인 A씨는 2021년 뇌동맥류로 8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은 뒤 90일 동안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A씨는 20여년 전 건강보험에 가입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뇌혈관 질환에 걸렸을 때 2000만원의 진단비을 받고, 수술비·입원비도 보상받을 수 있었다. A씨는 그동안 보험료로 매월 50만원을 냈다.
하지만 A씨는 진단비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A씨가 가입한 상품은 뇌혈관 질환 중 뇌졸중·뇌출혈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A씨가 보상을 받은 것은 수술비 50만원과 입원일당 90만원 등 총 140만원에 불과했다. 과거 가입한 보험의 보상 범위가 좁다는 것을 느낀 A씨는 배우자와 자녀의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했다.
수십년 전 가입했던 건강보험만 믿고 있다 보상받을 때가 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의료환경이 변하고 보험도 이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는데, 과거 보험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가입한 보험의 뇌혈관 질환 보상 범위가 현저하게 좁다면, 최근 출시된 건강보험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요즘은 ‘생존보장’이 트렌드
과거에는 암·뇌·심장질환 등 중대질병과 관련한 특약을 종신보험에 붙여 판매하는 것이 인기였다. 생존했을 때 암·뇌·심장질환에 걸리면 진단비 등을 받고, 사망하면 남은 가족이 사망보험금을 받는 개념이다. 이른바 ‘CI 특약’을 종신보험에 접목시킨 것인데, 사망보험금이 중심이라 중대질병에 대한 보장은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인식이 변하면서 종신보험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죽어서 보험금 10억원을 받기보단, 살아있을 때 최대한 많은 보상을 받는 게 중요해진 것이다. 보험업계는 이런 추세에 맞춰 질병에 걸렸을 때 든든하게 보상해 주는, 생존보장에 집중된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CI 특약은 생존보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했다.
특히 의료기술 발달로 새로운 치료기법과 신약 등이 개발돼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점도 과거 보험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후유증 없이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받기로 선택하면, 과거 보험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 약관에 ‘뇌혈관 질환’ 범위 확인해야
A씨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입한 건강보험 약관에서 뇌혈관 질환의 보상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험 약관에는 보상이 되는 질병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질병코드로 분류해 기재된다. 단순히 뇌혈관과 연관된 질환이라는 이유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보험에서 뇌혈관 질환은 크게 ①뇌출혈 ②뇌졸중 ③뇌혈관질환으로 분류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범위가 넓다. 뇌출혈은 거미막하출혈과 뇌내출혈, 기타 비외상성 두개내출혈 등 3가지뿐이다. 반면 뇌혈관질환은 이를 포함해 기타 뇌혈관 질환과 후유증 등 10가지에 해당한다. 가입한 보험이 뇌혈관질환 모두를 보장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뇌출혈·뇌졸중만 보상하면 A씨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 질환의 검사 방법이 쉽고 간편해져 뇌출혈·뇌졸중 등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 단계에서 질병을 확인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상품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뇌동맥부터 보장이 가능해지고 있다.
보험 플랫폼 보닥의 강인혜 매니저는 “뇌출혈·뇌경색만 보장받는 특약으로 가입된 고객이 많고, 생명보험 가입자는 아직도 ‘CI 특약’으로 가입된 소비자가 많다”며 “특약에 중대한·CI·뇌출혈·뇌졸중이라고 기재돼 있는지, 뇌혈관질환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출혈·뇌경색 환자 수는 2021년 62만342명에서 지난해 65만3409명으로 5.3% 증가했다. 반면 뇌혈관질환 환자는 같은 기간 110만6191명에서 123만2415명으로 11.4% 증가했다.
☞보닥은
마이데이터와 AI 기술에 기반한 ‘인슈어테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누적 다운로드 130만명과 누적 중개액 5000억원을 돌파한 보험 플랫폼이다. 보험 분석과 진단 후 결과에 대해 보닥플래너와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손해사정사와의 비대면 상담과 건강검진을 바탕으로 한 영양소 추천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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