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개념 모호해 죄형법정주의 위배
경영권 대상 파업 가능…영업활동 침해
“사회적 비용 등 부작용…전면 재고해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노조의 불법행위 정당화 등 위헌 소지가 커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5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됐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보고서는 ‘근로조건의 실질적ㆍ구체적 지배ㆍ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 사용자의 독립성과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된다.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임금인상, 근로시간의 조정 등 이익분쟁은 물론,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 즉 권리분쟁도 노동쟁의의 대상에 포함된다.
보고서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구조조정, 경영상 해고 등 사용자의 경영권 본질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사용자의 직업의 자유(영업활동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며, 노사갈등과 대립 심화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급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이나 정치적 사항 등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임금ㆍ근로시간ㆍ징계 등 근로조건, 노조 가입자격 및 교섭ㆍ협의 기타 절차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임금ㆍ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s)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파업(Unfair Labor Practice Strikes)에 한해 쟁의행위 대상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 교수는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의 과도한 확대로 폭력ㆍ파괴행위,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어 노조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헌법적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하는 사용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특혜를 부여했지만, 이에 따라 사용자가 입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자는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노조 측에 기울어진 입법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해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조 불법행위의 사실상 정당화, 노사갈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급증 등 개정안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법안 입법은 전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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