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주세혁(44) 남자 탁구 대표팀 감독이 38년 동안 단체전 승리를 못 거둔 중국을 상대로 ‘만리장성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의 도전 정신에 감격하며 눈물을 쏟았다.
주 감독이 이끄는 남자 탁구 대표팀은 7일 오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중국에 져 탈락했다.
이로써 한국은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단체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5번 시드’를 받은 한국으로선 대진 운이 없었다. 8강에서 ‘1번 시드’ 중국과 너무 일찍 만나는 바람에 4강 문턱도 밟지 못했다.
‘탁구 최강국’ 중국은 올림픽에서도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2008 베이징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걸린 탁구 금메달 17개 중 16개를 쓸어갔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도 일정이 끝난 남녀 단식과 혼합복식 금메달을 다 가져갔다.
그래도 단식, 복식에서는 간간이 중국을 잡는 한국 선수가 나오는 반면,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는 중국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한국 남자 탁구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은 것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 결승으로, 무려 38년 전의 일이다.
이날 올림픽 8강 단체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0-3으로 졌지만, 내용에서는 완전히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2단식의 임종훈(한국거래소)과 3단식의 장우진(세아)은 각각 판전둥(세계 2위), 왕추친(세계 1위)을 상대로 한 게임씩을 따냈다. 둘 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접전을 펼친 3게임을 따냈다면 중국을 더 괴롭힐 수 있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주 감독은 눈물을 흘렸고,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한동안 이를 닦아냈다.
주 감독은 “중간중간 내용이 나쁘지 않았는데 우리가 또 이렇게 졌다”며 “많은 탁구인과 팬들은 부진했다고 하실 수 있고, 나 역시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중국과 만남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30년 넘게 패하고만 있음에도 우리 선수들이 (이를 넘어서기 위해)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 감독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나나 선배들도 중국에 맥없이 진 적이 많다. 중국에 도전하는 건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이라며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그런 게 없다. 이번에 져도 다음에 또 도전하는 등 계속 덤빈다. 그런 도전 정신이 감독으로서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주 감독은 대진 운이 따르지 않은 점도 아쉬워했다. 그는 “(중국은 어렵지만 2번 시드 독일, 3번 시드 프랑스 등 다른 팀들에) 우리가 승률에서 절대 불리하지 않은데, (너무 일찍 중국을 만나게 된 대진이)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선수들은 주 감독의 눈물에 깜짝 놀라면서 “감독님이 우시는 모습을 처음 봤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랫동안 대표팀 생활을 한 장우진은 “지금은 ‘주세혁 감독님’이지만 형처럼, 선배처럼 해주셨다. 탁구도 많이 배웠지만 어떻게 해야 더 큰 사람이 되는지 인생을 배웠다. 탁구가 끝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며 “많은 감독님께 지도받았지만 우리 감독님이 정말 ‘진국’이다. 형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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