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면서 예비전력율(예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 당국은 이상 기후, 조업 환경에 따른 수급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역대 여름철 최대 수준인 93.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산업체 휴가 복귀로 공장 등의 전력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2021년 91.1GW, 2022년 93GW, 2023년 93.6GW 등 계속 늘고 있다.
같은 시각 전력 여유분을 뜻하는 예비력(공급-수요)은 8.5GW, 예비율은 9.0%를 기록했다. 전력 예비력과 예비율은 각각 10GW, 10% 이상일 때 안정적으로 판단하고, 5.5GW, 5%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조치에 들어간다. 지난해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한 8월 7일 당시의 예비율(11.4%)보다는 낮아졌지만, 수급 관리 측면에선 유의미한 수치 변화는 아니라는 게 전력거래소 설명이다.
지난 2022년 7월에는 예비율이 7.2%로 떨어지면서 전력 수급 불안감이 확산됐다. 폭염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맞물리며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였다. 당시 정부는 최악의 경우 2011년처럼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상황을 막기 위해 10여 년 만에 순환단전을 검토하기도 했다. 순환단전은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전기를 끊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예비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는 원전,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2022년 20.5GW였던 원전 공급능력은 지난해 23.3GW로 늘었고 올해도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4월 가동을 시작한 신한울 2호기를 포함해 원전 21기를 모두 가동한 영향이다. 태양광 공급능력은 2.7GW 늘었다. 올여름 최대 전력 공급능력은 104.2GW로 2022년(99.7GW)보다 4.5GW 증가했다.
전력당국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당장은 공급 능력에 기여하고 있지만, 잦은 국지성 호우 등 날씨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지속되면 태양광 발전량이 감소할 수 있고, 열대야로 야간 전력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발전 설비가 고장 날 가능성도 있다.
전력당국은 향후 필요 시 새로 건설한 울산GPS 복합화력발전소, 통영천연가스발전소 등을 전력 공급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발전소는 상업운전을 앞두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전력수요반응제도(DR), 석탄발전기 최대 출력 운영, 전압 하향조정 등을 통해 최대 7.2GW 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 절전 등 수요관리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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