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틀 동안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한국 증시는 7일 다소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유가증권(코스피) 지수는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2% 가까이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도 제약·바이오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외국인의 ‘팔자’에도 2% 넘게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26포인트(1.83%) 상승한 2568.4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2515.27에 거래를 시작했다가 장중 상승 전환했다.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팔자’에도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며 상승폭을 점차 키웠다.
수급별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70억원, 206억원어치를 팔았다. 대신 코스피200 선물을 각각 5037억원어치와 46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홀로 2960억원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급격했던 공포 심리가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빨간 불’이 켜졌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3.03% 상승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인 삼성전자우도 3.62% 올랐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는 장중 상승 전환하며 3.42% 올랐다.
이날 개장 전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이 최근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곧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콘퍼런스콜 때 밝혔듯 퀄 테스트(품질 검사)는 현재 진행 중이고 이후로 바뀐 상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이제 퀄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관측 탓이다. 특히 이날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 791억원을 순매수하며 4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이날 제약·바이오주(株)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서다. 신약 개발 기대감이 기업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 특성상 주가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거둔 셀트리온은 이날 8.24%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45% 상승했다. 한편 밸류업(가치 상승) 혜택을 본 금융주 대장주인 KB금융은 장중 상승 전환해 2.64%에 장을 마감했다.
전기차 관련 종목들은 약세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마이너스(-) 3.71% 하락했고 POSCO홀딩스와 기아도 각각 -1.36%, -1.07% 주가가 내렸다. 이는 전날 기아의 전기차 모델 EV6 차량도 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한 탓이다. 지난주에는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7포인트(2.14%) 오른 748.54로 하루를 마쳤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코스피 지수처럼 장 초반 731.44까지 하락했으나 곧 상승세로 돌아섰다. 개인 투자자는 1255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기관도 329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602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은 대부분 상승했다. 특히 바이오 업종이 강세였다. 알테오젠은 전 거래일 대비 5000원(1.79%) 오른 28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HLB도 2100원(2.62%) 상승한 8만2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천당제약과 셀트리온제약이 각각 4.39%, 7.53% 올랐다. 클래시스는 12.25%, 리가켐바이오와 휴젤은 각각 7.43%, 12.83% 상승했다.
이와 달리 이차전지 대표 종목인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6800원(3.76%) 내린 17만4200원에, 에코프로 역시 2900원(3.17%) 하락한 8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켐도 3.99% 주가가 내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 완화에 강세를 나타냈으나 실적에 따라 업종별 수익률은 차별화했다”며 “카카오게임즈와 엘앤에프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게임과 이차전지 종목의 지수가 부진했다”고 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50원 오른 1376.10원을 기록했다(원화 가치는 하락).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진정된 모습”이라면서도 “뉴욕 증시에서 상승폭이 축소되며 마감했는데, 이런 움직임은 아직 많은 사람이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장 초반만 해도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위험선호 심리를 회복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너무 빠르게 반등했다는 인식이 확산한 듯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요 주가지수는 상승분을 절반 넘게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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