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자리는 예상을 깨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돌아갔다. 월즈 주지사는 상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경계했던 후보인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돌풍을 잠재우고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행 티켓을 노린다. 예상 밖 인선 배경으로는 민주당이 ‘전통 지지기반’을 다잡는 동시에 트럼프 캠프에 대한 공격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월즈 주지사는 출신배경과 이력에서 ‘서민 친화적’ 이미지로 정평이 났다.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의 작은 시골 마을 출신인 그는 지역 주립대를 졸업하고 인근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미식축구 코치로 근무했다. 비상임 주 방위군으로 24년간 복무한 ‘군필자’인 그는 미네소타에서 하원의원 6선에 이어 2019년부터 미네소타 주지사로 2번째 임기를 맞고 있다. 이같이 그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입법·행정 등 두루 쌓은 경험에 강점이 있다.
흰머리에 이마가 훤히 드러난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인 그는 중서부 억양이 짙고 쾌활한 이미지 덕분에 진보 진영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지난해 6월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딸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놀이기구를 타는 영상을 올려 친근한 인상을 피력했다. 이를 두고 미네소타의 민주당원은 “중서부 집 뒤뜰의 바비큐에서 만날만한 남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미네소타주 팀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월즈가 중서부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친시민적 정책’으로 이어졌다. 2019년 주지사로 부임한 그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월즈 주지사는 미네소타주 내 가정을 위해 자녀 세액공제, 유급휴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저소득·중산층 지원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에는 무상급식 법안에 서명해 미국에서 네 번째 주로 이를 추진 중이다. 또한 그는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인 ‘임신 중단권’ 보장에 앞장서있다.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무효로 한 직후 월즈 주지사는 즉각 임신중절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월즈는 최근 들어 트럼프 진영에 새로운 방식의 ‘견제’를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월즈 주지사는 최근까지 MSNBC 등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밴스 의원을 “이상하다”(Weird)라고 색다른 정의를 내세웠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이를 가리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측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만 규정한 것과 다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화답하듯 월즈 주지사는 이날 지명 직후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한 유세 현장에서 20분간 연설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월즈의 지명 소식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맙다!”(THANK YOU!)고 환호했다. 트럼프 측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시 샤피로 주지사가 ‘돌풍’을 일으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샤피로 주지사는 온건-중도성향으로 경합주에서 워낙 지지율 높아 트럼프 측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확실한 진보성향의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과 싸잡아 “극좌세력”이란 딱지를 붙여 비판하기 좋은 인물이다.
브라이언 휴즈 트럼프 캠프 수석고문은 이날 월즈 지명에 대해 “물가를 급등시키고, 남부 국경을 외국인 범죄자와 마약 밀매 조직에 개방하여 살인자와 강간범이 우리 지역 사회에 들어올 가능성이 두 배로 강화됐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밴스 상원의원은 이스라엘 지원에 다소 소극적인 월즈 주지사 지명을 두고 “반유대주의”라고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내 규합’을 위해 월즈 주지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도 긴장시킨 샤피로 주지사는 일부 민주당 전통 지지층에게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유대인으로 대학 시절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정당화한 글을 적어 민주당 내 친-팔레스타인 세력의 입방아에 올랐다. 또한 샤피로 주지사는 공적 자금을 사립학교에 사용할 수 있게 한 ‘바우처제도’를 지지함으로써 교사노동조합과 마찰을 일으켰다. 반면 월즈 주지사는 이스라엘 문제에 ‘유보적 입장’을 나타내 지지층 민심 이반 우려가 적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민주당은 ‘지지층 결집’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했다.
하지만 월즈 주지사가 앞으로 꽃길만 걸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트럼프 측과 미국 언론의 강도 높은 자질 검증이 시작된다. 이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월즈 주지사는 30대 초반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음주 운전을 했다가 교직을 잃을 뻔한 등 개인적 리스크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또한 공영라디오방송 NPR과 PBS 등이 공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는 월즈 주지사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답할 정도로 전국적 인지도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해리스호는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같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1%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한편, 월즈 주지사는 한국과 일부 인연이 닿아있다. 6일 지명 직후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나선 유세에서 그는 “한국 전쟁에 참전한 아버지 권유로 17살에 입대했다. 24년간 자랑스럽게 복무했고, 군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월즈 주지사는 하원의원이었던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했고, 2019년 주지사로 한국과 경제협력을 논의하고자 서울을 찾았다고 폴리티코는 이날 보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