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A군은 부모님께 받은 용돈 일부를 학교에 새로 생긴 스마트팜에 투자하기로 했다. 농협 플랫폼앱을 통해 스마트팜 관련 토큰증권을 구입한 것. 향후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을 배당금(수익료)으로 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이 스마트팜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토큰증권발행 (STO‧Security Token Offering) 모델을 만든다. STO 스마트팜을 학교 등에 지어 학생들이 농업과 디지털금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토큰증권 플랫폼 내 스마트팜 도입을 위한 구조화 금융 사업모델 구체화 용역’ 공고를 내고 STO 스마트팜 유동화 모델 구축에 나섰다. 주로 학교에 들어서게 될 STO 스마트팜은 오는 10월 농협은행의 자체 STO망 구축 이후 좀더 구체화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공고한 ‘2024년 블록체인 민간분야 집중·확산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STO 망을 가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농협은행은 자체 STO 플랫폼(망)을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STO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는 농협은행이 STO를 수익 사업보다는 농업과 디지털금융 교육에 초점을 맞춰 학교에 STO 스마트팜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주요했다. 학생들이 스마트팜에 투자할 수 있도록 STO를 발행하고 은행은 투자금 계좌관리 기관으로 수탁을 받거나, 수확물(수익)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식이다. 학생들은 농업과 디지털 금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팜(지능형농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방식이다.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와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농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스마트팜은 농협은행이 그동안 힘써온 사업이기도 하다. 스마트팜 도입 활성화를 위해 사업계획 수립과 운영 노하우 전수, 무료컨설팅 등을 제공해왔다. 특히 농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 스마트팜 전용 대출상품 확대 등 농업여신지원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STO에 스마트팜을 연결하고 이를 지역 학교에 구축하는 것 등은 농협은행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전언이다. 향후 스마트팜뿐 아니라 각종 농산물, 이를 가공한 업체 등에도 접목하는 등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에게 좋은 STO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등의 비즈니스모델이 있겠지만 농업‧농촌과 학생을 위한 공익적인 목적에 접근한 증권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좋게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이는 ESG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면서 “농업의 가치를 금융,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기술과 접목시키는 등 농협은행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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