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동안 312건 정부 건의…105개 수용
‘입지애로’(56%) 수용률 가장 높아
개선 진행 중인 과제 54%는 법 개정 필요
“규제개선 체감 위해 국회도 나서야”
#1. A사는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우산을 국내에서 판매하려 했지만, 우산 원단 2.53㎝당 8땀 이상 바느질하도록 한 안전기준 때문에 출시하지 못했다. A사는 이를 불합리한 규정으로 보고 개정해줄 것으로 건의했고, 정부에서는 2개월 만에 우산 및 양산의 봉제 상태 관련 규정을 안전기준에서 삭제했다.
#2. 연구개발특구 녹지지역에 입주한 B사는 연구시설 증축 계획을 세웠으나 최대 건폐율(30%)과 용적률(150%) 제한에 걸렸다. 결국 B사는 공간 확보를 위해 제조시설을 이원화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고, 이로 인해 운송관리비가 연간 6억 원 이상 추가로 발생했다. 정부는 5월 연구개발특구에서 조례로 정할 수 있는 건폐율과 용적률 최대한도를 각각 40%와 200%로 확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한상의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에서 발굴해 건의한 과제 중 정부가 수용한 과제가 100건을 돌파했다고 7일 밝혔다.
대한상의가 올해 상반기 기준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 운영현황을 점검한 결과 지난 20개월 동안 312건의 현장애로를 발굴해 정부에 건의했고, 이 중 105개 과제는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의 수용률은 33.7%로, 현장애로 3건 중 1건은 개선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대한상의가 건의한 현장애로 유형을 보면 기업 경영 활동에 어려움을 더하는 경영애로(45.5%)가 가장 많았고, 투자애로(18.3%), 신산업(12.2%), 환경(12.2%), 노동(9.0%), 입지(2.8%)가 뒤를 이었다.
수용된 건의과제 중에는 입지 분야에 대한 수용률이 55.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투자애로(38.6%), 신산업(36.8%), 환경(34.2%), 경영애로(30.3%) 순이었다.
노동 분야 애로의 경우 이해관계 충돌이 우려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수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된 105건 과제 중에서는 79건은 해당 법령이 개정되거나 대안이 마련되는 등 해결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6건은 법령개정을 위한 개선 조치가 진행 중이며, 이 중 53.8%에 해당하는 14건은 국회의 입법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법 개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과제로 ‘소량 연구개발용 화학물질 제조·수입 시 사전 심사 부담 완화’를 꼽았다. 현행 법령상 유해성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고용노동부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등의 영업비밀을 비공개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소량씩 사용한 뒤 폐기해 위험성이 적고 다양한 샘플을 빠르게 공급해야 하는데도 약 20일이 별도 소요되는 사전 비공개승인을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연구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해당 건의 과제는 고용노동부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폐기되며 아직 규제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에서 건의한 과제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입법지원에 나서 조속히 규제개선이 완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속해서 처리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접수센터의 과제발굴 기능도 확대하는 등 기업 현장애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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