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게 충분한 설명이 됩니까? 그럴거면 역을 빼죠 아예! 그냥 역사 짓지 마!”
정부가 서울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해 경기 하남시까지 건설하는 송파하남선 역사 위치를 올해 7월 공개했다. 3호선이 서울 강남권을 지나 황금노선으로 불리는 만큼 그동안 송파하남선 신설역이 어느 곳에 지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이번에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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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하남선은 문재인 정부 시기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로 교산지구를 지정하면서 내놓은 광역교통대책에 따라 처음으로 등장했다. 총 11.7km로 정거장 6곳으로 구성한다. 사업비 1조8748억원이다. 신설역은 송파구에 1곳, 하남시 교산신도시에 3곳, 감일지구에 1곳을 각각 짓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신설역 위치를 두고 지역마다 주민들 간 의견이 분분하다. 유동인구나 주변 지형, 기존 교통망과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 신설역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갈등이 격화하다 보니 송파하남선 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주민 공청회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 감일역 위치, 단샘초삼거리→중심상업지구 이동 의견 빗발쳐
역사 위치에 대한 이견이 가장 심한 지역은 감일지구다. 지구 하부를 지나는 감일백제로와 감일순환로가 교차하는 곳, 이른바 ‘단샘초삼거리’에 역 1개(101정거장)를 지을 예정인데 이로부터 북서쪽으로 직선 550여m 거리에 있는 중심상업지구로 역사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단샘초삼거리가 초등학교와 아파트 3개 단지로만 둘러싸인 반면, 중심상업지구에는 크고 작은 상가들이 몰려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이곳에 지하철역을 지어야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퀸즈스퀘어’, ‘반도유스퀘어’ 등 과거 감일지구에 분양한 상가마다 중심상업지구에 감일역이 들어설 것이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이 일대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가 적지 않아 역 위치 변경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8일 하남시청 대강당에서 감일역과 관련해 열린 공청회에선 “이게 충분한 설명이 되느냐”, “그럴거면(단샘초사거리에 감일역을 지을거면) 역을 빼죠 아예! 그냥 역사 짓지 마!”라고 소리치는 주민들과, 예정대로 단샘초사거리에 지하철역을 지어야한다는 주민들이 부딪히면서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
■ 오륜삼거리역 두고선 “부자아파트인 ‘올선’ 특혜 멈춰라” 목소리도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삼거리에는 송파하남선 100정거장, 이른바 ‘오륜삼거리역’을 들어서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역이 개통하면 송파구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인근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가 트리플 역세권으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단지가 서쪽으로 5·9호선이 지나는 올림픽공원역을 끼고 있는데, 남쪽에 3호선 오륜삼거리역까지 들어서면서다.
이런 오륜삼거리역 위치를 두고선 송파구 오금동·마천동 주민들 반발이 터져나왔다. 현재 계획된 위치에 역이 들어설 경우 이른바 ‘부자 아파트’인 올림픽선수기자촌 집값에만 불을 지피는 특혜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오금동 주민이라고 밝힌 김현진씨는 “그동안 오금동·마천동 일대는 노후 단독주택·빌라가 몰려 있어 서민 주거 비율이 높고 공공주택지구를 포함하는데도 송파구에서 대표적인 교통 소외지역으로 꼽혔다”면서 “특정 아파트에게 특혜를 주기보다는 서민 주거지역에 신설역을 개통해줘야 진정한 교통 복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교산신도시 가장 북쪽에 들어서는 ‘신덕풍역’(가칭·104정거장) 위치와 관련해선 정부가 발표한 하남 드림휴게소 인근이 아닌, 북서쪽 중부고속도로 건너편에 있는 코카콜라 물류센터 부지로 역사를 옮기자는 의견 등도 제기됐다. 이 곳에 역이 개통해야 기존 하남시 구도심 주민들도 3호선 개통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에서 지하철역 개통이 집값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보니, 새 노선을 건설할 때마다 각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역사 위치가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경제성을 고려해 노선도를 정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지하철역 위치를 두고 갈등이 계속될 경우 노선 개통이 늦어지면서 결국 피해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송파하남선은 올해 9월 중 도의회 의견 청취를 마치고 이르면 10월 국토교통부에 기본계획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착공, 2032년 개통이 목표다. 송파하남선이 개통하면 하남 교산신도시에서 서울 고속터미널역까지 이동 시간이 자동차 기준 70분에서 40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은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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