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4대 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2년 새 2배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509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NPL·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채권)을 상·매각해 장부에서 털어냈으나, 연체율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건설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0.50%로, 전년 동기(0.38%)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2022년 2분기 말(0.23%)에 비해선 2배 넘게 올랐다. 올해 1분기 말 0.78%까지 오른 연체율을 겨우 낮추긴 했으나, 지난 5년 내 분기별 연체율이 최고치를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0.76%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0.50%), 하나·우리은행(0.36%) 순이다. 지난 2년간 연체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말 0.32%에서 올해 2분기 말 0.76%로 0.44%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0.41%포인트, 우리은행 0.13%포인트, 하나은행 0.07%포인트 올랐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PF 부실 위험으로 건설업 전체가 휘청이면서 한계기업이 속출한 데 따른 결과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국내 건설기업 중 25.6%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잠재적 부실기업’은 42.6%였다. 10곳 중 4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 미만이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유동성이 악화하며 해당 업종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며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선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은행들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떼인 자산으로 간주해 장부에서 지우거나(상각)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조치를 한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처분하면 이 채권은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자산이 감소하지만 연체율은 낮아진다. 4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2조50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824억원)의 1.5배다. 2022년 상반기(7352억원)와 비교하면 3배를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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