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감독 ‘행복의 나라’ 언론 시사회

큰 사건들보다는 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들,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6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행복의 나라’ 언론 시사회에서 이 같이 연출 소감을 밝힌 추창민 감독은 “제일 중요했던 건 배우들의 감정이었다”면서 “배우들의 감정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뽑아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 육군 대령(이선균)과 그를 변호한 정인후 변호사(조정석), 그리고 부정 재판을 주도하며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합수부장 전상두(유재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에서는 10·26 사건 당시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는 박태주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대해 추 감독은 “박태주가 ‘이 상황이 현실적으로 그냥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일을) 중단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마음과 그걸 지켜보는 정인후 변호사,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시퀀스가 맞물리게 편집을 했다”고 설명했다.

12·12사태까지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담은 ‘행복의 나라’는 앞서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나 ‘서울의 봄’보다 미시적인 이야기에 집중한다. 역사적 사건 속 인물을 부각하기보다는,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선고로 형이 확정돼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박태주와 그를 살리기 위해 거대 권력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정인후 변호사의 감정선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추 감독은 “서울의 봄과 저희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똑같은 장군 역할을 한 배우의 차이점이 제일 크다”면서 “우리 영화는 유재명 씨가 특정한 누군가를 가리키기보다는 그 시대가 주는 야만성, 시대성을 표현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정치적 야욕의 실현, 경제적 풍요로움, 민주주의의 실현보다도 한 개인이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큰 가치로 그려낸다. 군인으로서 강직하고 올곧은 양심을 지닌 박태주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그를 살리기 위해 정인후가 물불 가리지 않고 변호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삶의 가치를 오롯이 생각해보게 된다.

‘행복의 나라’는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고 이선균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춘 유재명은 “솔직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했던 시간들이 겹쳐서 조금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며칠 전 우연히 들은 라디오 오프닝 멘트가 있었다”면서 “’영화는 다시 찾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다시 찾아볼 수 없다’란 멘트였다는데,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이선균이란 배우를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추창민 감독이 연출하고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등이 출연한 영화 ‘행복의 나라’는 14일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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