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사비 회수가 가능해 ‘안전 마진’으로 꼽히던 공공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중도 하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분양 시장 침체로 준공 시점의 미분양 위험이 커지면서 사업성이 크게 낮아졌고, 급등한 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인천 영종하늘도시(A18BL, A19BL, A20BL) 공동주택 개발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3963억 원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의 4.96% 규모다. 이번 계약 해지에 따라 공사 금액의 10% 수준인 계약금 227억 원이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귀속된다.
영종하늘도시(A18BL, A19BL, A20BL) 공동주택 개발 공사는 인천 중구 운남동 일대에 총 1398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2년 LH가 발주해 주택개발 공모 리츠 방식으로 추진됐다. DL이앤씨는 케이프 투자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종하늘도시 3차 주택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와 지난해 11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영종도 일대 분양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9개월 만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동부건설도 인천 영종하늘도시 RC3블록 사업을 포기했다. 동부건설은 2021년 LH로부터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1296가구 규모의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최근 인천경제청에 개발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 동부건설 역시 계약 해지에 따라 계약금 300억 원가량이 LH에 귀속됐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영종도 일대 분양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GS건설 컨소시엄(강남메트로)은 서울 위례신사선 사업을 포기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2019년 1조1500억 원에 이 사업에 입찰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서울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으면서 최종 계약이 불발됐다. 서울시는 이달 재공고를 내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을 예정이지만, 민간에서 원하는 수준의 공사비 증액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지출한 비용과 금융비용, 계약금 수백억 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공공사업을 정리하는 데는 크게 낮아진 사업성이 자리한다.
공공이 발주한 사업은 수익은 높지 않지만, 변수가 적고 안정적인 공사비 회수가 가능해 꾸준한 먹거리로 선호돼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건설 원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주택 경기 침체로 미분양 위험이 커지면서 수주 시점 보다 사업성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집값이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지역들은 시세 수준으로 분양해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계약금을 손해 보더라도 ‘중도 하차’ 하는게 낫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당시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공공 사업의 공사비 회수도 장담이 어려워 졌다”며 “지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청약 접수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한 공공 발주처 관계자는 “서울은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도 시장이 소화하지만, 지방은 흥행이 불투명하다보니 건설사들이 몇년 간 중도금과 이자를 내고 진행해오던 사업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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