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종효 기자] 미국에서 발원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업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는 등 여러 부정적인 신호들이 겹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치명적인 타격’으로 평가하며 신규 생산라인의 가동 지연과 중장기 생산 전략 조정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인텔 등 일부 기업들이 예상보다 낮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한편, 엔비디아의 설계 결함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시장 축소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침체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일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소식이 퍼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은 각각 10.30%, 9.87% 급락하는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황은 서버용 메모리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DDR5(더블데이트레이트5) 등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치며 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별한 우려는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의 부진할 전망과 관련되어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은 “엔비디아 주식 가치는 현재 거품 상태에 있으며 AI 붐도 과대 평가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더욱 복잡한 문제는 비 AI부문에서도 수요 침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가전 제품 등 완제품 수요 회복 없이는 파운드리 시장 역시 침체를 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모두 지난해 및 올해 2분기 잇따른 적자를 보고 있다.
이처럼 R의 공포 속에서 업계는 투자 속도 조절과 같은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TSMC 같은 선두 기업들조차 이미 투자 계속 여부를 신중하게 재검토하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연초부터 불확실했던 경제 전망과 함께 첨단 칩 수요까지 위축될 조짐을 보임으로서 반도체 업계 안팎으로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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