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지수가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코스피 수준을 저점으로 보면서도 당분간 경기 방어주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일 비즈니스포스트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주요 리서치센터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한 결과 하반기 코스피 저점은 2500 수준으로 예상됐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사 연간 전망 하단이자 12개월 후행 PBR(주가순자산배율) 0.9배 수준인 2500까지 코스피의 급격한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후 중장기 박스권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2500 중반은 PBR 0.9배를 하회하는 구간으로 현 시점에서 추가적 하락 또한 제한적인 구간이다”며 “매크로, 지정학적 변수가 주가 급반등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코스피는 이러한 우려를 이미 반영한 가격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급락은 이번주가 정점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단기적으로 반대매매와 손절매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6일 시초가가 코스피의 저점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단기 급락은 일정 수준 회복되겠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 약보합 박스권 혹은 하락 추세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8.77%(234.64포인트) 급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일에도 3.65% 하락마감했다. 이날도 장 초반 3%대 하락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크게 키웠다.
코스피가 2400대 수준에서 마감한 건 올해 1월31일 이후 약 6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AI(인공지능) 반도체 열기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은 상승분을 이틀 만에 반납하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악재가 겹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AI 테마 과열 우려,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 등 요인이 작용한 가운데 미국 경기지표 발표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7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6.8로 시장 전망치인 48.8을 밑돌았다. 이후 발표된 미국 7월 비농업 신규고용은 11만4천 건으로 전망치인 17만6천 건을 크게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미국 실업률은 6월 4.1%에서 7월 4.3%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중동지역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가 자국 내에서 암살 당하자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면서 중동지역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은 전날 주변국들의 자제 요청을 묵살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경기침체에 대해선 아직 확언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7월 고용지표는 허리케인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을뿐 여전히 미국의 경기는 탄탄하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동 전쟁이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증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그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같이 증시가 불확실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방어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종우 센터장은 “지수대비 방어력이 강하고 수익성이 높은 저베타 퀄리티 종목인 방산, 음식료, 유틸리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낙폭 과대주의 경우 추가 하락 시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석모 센터장도 “중동지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 대선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는 바이오 섹터가 가장 주목할 만한 업종”이라며 “미국의 바이오 보안법과 약가 인하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동시에 지금과 같은 금리 하락은 바이오 종목들에 우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기존 증시 주도주에 대해선 “올해 상반기 주도섹터 역할을 했던 반도체와 전력기기 등은 올해 하반기 이익 전망도 좋다”면서도 “다만 기존 주도주들이 반등 시 복원력이 빠를 수 있는지 여부는 추후 반등 구간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계속 좋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한 반도체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면서 “금리인하 수혜가 가장 크다고 인식되는 헬스케어 주식들도 선호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에너지/전력 테마도 실적 추이를 감안할 때 거시환경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도 바라봤다.
오태동 본부장은 “코스피는 하반기 예고했던 밸류업 프로그램과 견조한 기업 실적에 따른 낮은 밸류에이션이 조명받으면서 지수 하방 지지력을 확보한 뒤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모멘텀이 재확인되는 시점에 상승 추세 복귀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말했다.
박희찬 센터장도 “향후 미국 경제지표들이 경기침체에 가깝지 않다는 내용들로 하나둘 확인되면서 증시가 반등해 나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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