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공지능(AI) 전공자라면 싱가포르 리서치 센터에서 일하시면 된다. 중국 본토(선전) 근무를 꺼리는 사람을 위한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AI 학회인 ‘IJCAI(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I) 2024’ 행사에서 중국 모바일·네트워크 기업인 화웨이 채용담당자가 한 말이다.
미국 빅테크가 AI 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화웨이·오포·비보·바이두·징둥닷컴 등 중국 기업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 AI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일 AI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IJCAI 2024가 개막했다. 33년째를 맞이한 IJCAI 행사는 올해 경희대와 협력해 제주에서 열렸다. 전 세계 석·박사급 AI 인재 3000여 명이 한군데 모이는 만큼 업계 이목이 쏠렸다. 구체적으로 중국인 1000여 명, 한국인 650여 명 등이 참석했다.
올해 IJCAI 행사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에 밀려 그동안 큰 힘을 쓰지 못하던 중국 IT 기업이 전 세계 AI 인재 확보를 위해 많은 후원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인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IJCAI 행사장 내에 부스를 꾸리고 미국 등 서양권 학생보다 중국·싱가포르·한국 등 동양권 학생을 중심으로 회사 알리기에 나섰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달부터 최대 201만 위안(약 3억8000만원)의 연봉을 걸고 AI·컴퓨터 인재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AI·컴퓨터 인재가 빅테크로 몰리는 상황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빅테크와 대등하거나 넘어서는 연봉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 AI 인력 초봉의 5배가 넘는 액수다.
화웨이는 중국권 학생들에겐 선전(심천) 연구개발 센터를, 중국권 외에 학생들에겐 싱가포르 리서치 센터를 근무지로 소개했다. △AI 리서치 △신뢰성 있는 AI △기계학습 알고리즘 △ 초거대 멀티모달 AI △언어모델→3D 영상 변환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봉에 관한 기자 질문에 화웨이 담당자는 “그것은 당신의 역량(스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글로벌 AI 기업(빅테크) 못지 않은 대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화웨이처럼 대놓고 학회에서 AI 인재 확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중국 모바일 기업 오포도 삼성전자 ‘갤럭시 AI’를 견제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온 디바이스 AI ‘오포 AI’를 시연하고 최신 AI 연구개발 논문을 공개하는 등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매 기업인 비보도 부스를 꾸리고 AI 인재 채용 관련 내용이 담긴 팸플릿을 나눠줬다.
중국 차량공유 플랫폼 기업인 디디추싱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자사 AI 연구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동남아 AI 인력 흡수에 집중하던 중국 IT 기업들이 한국 AI 인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막대한 자본을 토대로 빅테크와 대등한 연봉을 제시하면 네이버, 카카오 등 자본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한국 IT 기업은 AI 인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중국발 AI 인력 ‘몸값 인플레이션’이 생길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