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술마중물’ 공급이 확대되는 추이가 포착된다. 다소 편차는 있지만 올해 들어 유형의 담보가 부족한 중소‧혁신기업에 공급되는 자금량이 제한적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 마중물’의 핵심인 주요 시중은행의 공급량이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점 또한 주목해볼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중소‧혁신기업을 위한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증가세 회복한 ‘기술 마중물’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초기 자본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초기‧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술신용대출’이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금융상품은 지난 2014년 출시됐다. 이후 유통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혁신기업 및 중소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기술신용대출의 경우 무형의 ‘기술’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기업, 중견기업과 달리 혁신‧중소기업의 상당수는 부동산을 포함해 대출에 필요한 ‘핵심 담보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이점을 등에 업고 증가해온 기술신용대출은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급등하는 기준금리와 이를 추종하는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대다수 혁신‧중소기업이 대출 자체를 꺼렸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대비, 최대 1%p 가량 낮은 금리를 지원한다. 다만,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연 7~8%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이자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증가했다. 자연스레 기술신용대출의 공급 잔액 및 공급 건수 또한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랬던 기술신용대출 공급은 연초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 그리고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기술신용대출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 전반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에서 공급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9조 431억원이다. 이는 올해 1월(306조1169억원) 대비 2조9262억원(1%) 늘어난 수치다.
4대 은행도 ‘점진적 회복세’
올해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올해 1월 기준 전월 대비 1.5조원 가량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월과 3월에도 나란히 전월 대비 1.4조원 가량 잔액이 늘었다.
물론, 지난 4월과 5월에는 각각 전월 대비 6800여억원, 1300여억원 가량 줄어들며 주춤한 모습이다. 다만 이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는 대출 상환이 공급보다 확대된데 따른 착시 효과로, 실제 대출 공급은 정상적으로 집행됐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전체 기술신용대출 공급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도 동일하게 포착된다. 그간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기술신용대출 공급을 줄여왔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기술금융 확대 의지에 발 맞춰 4대 은행 또한 유의미한 수준으로 공급량을 늘렸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합계는 152조3115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월 말(150조7905억원) 대비 약 1%(1조5210억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자, 309조원에 달하는 전체 잔액의 약 49%에 달하는 비중이다.
표면적인 증가폭은 1%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두 달 연속 2조원 가까이 감소했던 흐름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다만, 4대 은행의 개별 흐름은 다소 엇갈렸다. 지난 상반기 나란히 당기순익 기준 1, 2위를 차지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술신용대출 공급량이 늘어났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연초 대비 기술금융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적극적’ 신한‧하나 vs ‘소극적’ KB국민‧우리
기술신용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은행 여신사업 중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된다. 그런 까닭에 기술신용대출의 증감은 곧 중기 대출의 흐름과도 유사하다. 실질적인 마중물 공급이 필요한 중소기업 대출 흐름이 곧 기술신용대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크게 늘린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의 6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1.3조원으로 전년 말(132.8조원) 대비 6.4%(8.5조원) 늘었다.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29.9조원에서 137.6조원으로 5.9%(7.9%)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8조원에서 38.8조원, 신한은행은 43조에서 43.7조원으로 약 1.5조원 가량 확대됐다.
반면, 기술금융 공급량이 작은 은행은 중기대출 부문에서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136.6조원에서 상반기 기준 138.3조원으로 1.2%(1.7조원) 가량 중소기업 대출을 키운데 그친 KB국민은행이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은 1692억원 감소(34조9744억원→34조8052억원)했다.
지난 상반기 5.5조원 가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줄어든 우리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 또한 35.1조원에서 34.9조원으로 2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 공급을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술금융 공급 부문에서도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상반기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중기대출 부문 성장률 또한 타행 대비 다소 낮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다만, 각 은행별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공급 중이라 기술신용대출을 기준으로 중기 지원 적극성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면서도 “당국의 인센티브도 본격 적용되는 만큼 하반기 주요 시중은행 모두 적극적으로 기술신용대출을 취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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