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현일 기자] 자동차, 그리고 운전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지만, 일상 속에서 운전 실력을 급격히 늘리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 출퇴근 길 같은 반복되는 환경에서의 주행이 대부분인 데다, 가끔 차를 멀리 몰고 나가더라도 실력 향상과 결부될 법한 ‘역동적 상황’과 맞닥뜨리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
그러던 와중 인천광역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운영하는 초급 운전 교육 세션 ‘스타터 팩’(Starter Pack)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넓은 코스에서 전문 교육관에 의해 운전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고 하는데, 이 어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랴부랴 인터넷에서 등록을 하고, 예약일에 맞춰 차를 달려 드라이빙 센터로 향했다. 참고로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 것)’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 초급 운전 교육 ‘스타터 팩’에 등록하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프로그램은 일시적 체험에 중점을 둔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와 트랙 주행을 위한 심화 운전 기술을 배우는 ‘트레이닝’(Training)의 2가지로 나뉜다.
트레이닝의 경우 기초 주행 과정인 ‘스타터 팩’을 시작으로 △심화 과정인 ‘인텐시브(집중적인)’ △미끄러지는 주행 상황에서 자동차를 제어하는 ‘드리프트’ 기술을 중점적으로 익히는 과정 등이 준비돼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다.
시간에 맞춰 현장에 방문하면 간단한 등록 절차가 있은 후 8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안전교육을 받게 된다. 약 40분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이지만, 이날 경험하게 될 차량과 코스, 그에 맞는 주행 방법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운전과 자동차 관련 이론도 배우는 만큼 꽤 유익하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BMW의 대표 준중형 세단, ‘3시리즈’ 중 320i M 스포트 패키지(Sport Package) 모델이다. 담당 교육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가속력보다는 출력과 코너 주행 모두 균형이 잘 잡힌 모델로, 앞뒤 무게 비중이 5대5로 균등한 데다 후륜구동차인 만큼 바퀴 조향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램 예약 시 돈을 추가로 지불할 경우 3시리즈의 고성능 모델 ‘M’에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터 팩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코스는 총 4가지다. 다목적 코스인 ‘멀티플 A’를 시작으로 △젖은 노면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미끄러움에 대처하는 ‘다이내믹 코스’ △차량이 밖으로 미끄러지는 ‘언더 스티어’(Under Steer) 현상을 경험하는 ‘써큘러(원형) A 코스’ △가속·제동·코너 등 그룹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서킷’이 이에 해당한다.
설명·이론·시트 포지션 철저히 교육… 코스에서는 ‘반복 학습’
하지만 코스 주행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내 몸에 맞는 운전석 세팅 방법.
실제로 많은 세단 운전자들은 편안함을 위해 시트를 뒤로 최대한 빼고 운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급가속과 급브레이크, 과격한 스티어링 휠 조작 등이 요구되는 트랙 주행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몸에 꼭 맞는 세팅이 요구된다. 교육관 역시 모든 차량을 돌며 8명의 운전자 개개인의 몸에 맞는 세팅을 꼼꼼하게 돕는다.
BMW 드라이빙 센터 교육관은 “많은 분들이 오로지 몸이 편안함만 고려해서 시트를 뒤로 쭉 빼고, 등받이도 뒤로 쭉 눕히고 운전대도 밑에만 살짝 잡고서 운전을 하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갑자기 세게 브레이크 해야 될 위급 상황이 생기면 브레이크가 제대로 안 된다. (급)브레이크를 못 하는 이유는 자세 때문에도 있다”라며 “알려드린 시트 포지션을 오늘만을 위한 특별한 용도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일상에도 가져가시고 가족들, 친구들한테도 좀 알려주시면 더 좋은 자동차 안전한 문화를 만들 수가 있다”라고 권했다.
그렇게 시트 포지션을 잡고 나면 ‘멀티플 A’ 코스로 이동해 ‘몸풀기’에 들어간다. 운전자들이 차량을 처음 경험해 보는 만큼 직선과 코너가 반복되는 작은 코스를 계속 돌며 차량의 스티어링과 브레이크 등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는데, ‘이쯤 됐으면 코스로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데도 몇 바퀴는 더 코스를 돌며 차량과 운전자가 합을 맞출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한다.
다음인 ‘써큘러 A’와 ‘다이내믹’ 코스에서는 각각 차량의 앞·뒷바퀴가 조향력을 잃고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현상을 극복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특히 다이내믹 코스의 경우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킥 플레이트’라는 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차량이 이 위를 지나가면 왼쪽 혹은 오른쪽 뒷바퀴에 급격한 움직임을 가해 강제로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게끔 만든다. 정면으로 달리던 차량 뒤축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으며 분수가 솟아 나오는 지점을 피해 가야 했는데, 육중한 차체를 내 뜻대로 컨트롤할 수 있음에서 느껴지는 뿌듯함이 상당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마치 게임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대망의 서킷 주행. 선두에 서 있는 교육관과 함께 일렬로 달리는 방식으로, 게임에서만 봤던 레이싱 전용 코스를 가속 페달을 최대한으로 밟으며 200km/h 가량의 고속을 내거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누비는 등으로 최적의 운전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빠른 완주를 목표해서인지 교육생들이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이도록 엄격한 지도가 이뤄지는데, 교육관이 코너 주행 효율이 떨어지는 운전자에게 ‘코너를 따라 붙으라’고 지적하거나 초보 운전자들을 후순위로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애석하게도 기자의 경우 코너 주행 시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지적을 유독 많이 받으며 짧지만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스타터 팩, 돈값 이상은 무조건 한다
BMW 드라이빙 센터 ‘스타터 팩’. 전반적으로 알차고 유익한, 실질적으로 운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값 이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생각한다. 세션이 진행되는 내내 BMW 브랜드나 차량을 영업하는 뉘앙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일상에도 적용 가능한 부분들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 비록 트랙과 코스 주행의 기초를 배우기 위한 프로그램이긴 하나, 막상 교육을 들어보면 운전을 보다 잘 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나에게 맞는 시트 포지션을 찾는 방법부터 올바른 긴급 제동, 스티어링 테크닉, 급코너 주행 시 시선 처리 등은 분명 일반적인 운전 연수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한 여러가지 코스가 아니라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다양한 경험도 좋지만, 여기 온 운전자들 대부분이 본인의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온 만큼 단 4시간뿐인 짧은 세션 동안 몇 가지 스킬들을 집중적으로 갈고 닦는 방향이 더 옳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세션을 반복 수행하는 동안 어느 정도 밖에서도 쓸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몸에 익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이 ‘스타터(초보자) 팩’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치고는 쉽지 않은 난도를 자랑하는 만큼, 정말 초보자 수준의 운전자의 경우 적응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다 확실하게 고지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기자의 경우 자차가 없이 2년간 시승식이나 차량 대여를 통해 운전을 드문드문 해왔는데, 최근 나름 운전을 자주 했음에도 일부 코스에서는 교육관의 지시에 완벽히 호응하기가 쉽지 않은 구간이 존재했다. 물론 세션을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일 경우 차량 행렬의 맨 뒤로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긴 하나, 적어도 자차를 보유하고 1년간 운전을 꾸준히 한 정도의 실력은 돼야 큰 무리 없이 코스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더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배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 스타터팩의 수강료가 18만원~22만원인 반면, 그 다음인 엠 코어(M Core)는 55만원, 엠 드리프트 1(M Drift 1)은 70만원, 인텐시브는 90만원에 해당한다. 가장 비싼 엠 드리프트 3는 수강료가 무려 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고성능 모델인 M시리즈와 함께 보다 높은 난도를 자랑하는 코스들을 장기간 주행할 수 있는 만큼, 모터스포츠의 세계로 더욱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때문에 기자 역시 당장은 어렵겠지만, 일반 도로가 아닌 전용 코스와 서킷에서의 주행경험이 기대 이상으로 특별했던 만큼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금 교육을 받으러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당분간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 이유가 하나 늘어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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