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불황이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국내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반 시장경제는 어려운데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린다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지표인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출,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은 경기의 회복국면이 아닌 불황국면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업들은 고금리의 영향으로 매출액, 총자산, 매출영업이익 등이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의 부동산시장은 내수경제와 다르게 가격의 오름세가 커지는 모습이다.
결국 정부에서도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하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을 통하여 공급확대를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제까지의 부동산정책은 규제강화와 규제완화의 반복이었다. 부동산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경기의 부양을 위하여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 규제를 강화하는 냉온탕 정책으로 대응하였다. 그런데 부동산정책은 공급의 비탄력성과 수요의 탄력성으로 인하여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러한 부동산정책은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언젠가 부동산정책이 다시 냉탕이나 온탕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시장과 정책은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그런데 정책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시장을 이기려는 정책보다는 시장에 순응하는 정책을 통하여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공급을 확대하고 부동산 투기수요는 억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단기간의 공급확대는 불가능한 지시이고, 투기수요를 억제하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다. 수요자들을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수익이 있는 물건에 투자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초양극화로 가고 있고, 서울 및 경기도 지역 간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서울과 주요 수도권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는 부동산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요건을 여당의 입맛에 따라 주택 공시가격의 150% 또는 126%로 정한 것이다. 문제인 정부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의 강화를 위하여 가입요건을 150%로 완화한 것이 전세사기사건의 주범인 빌라왕·건축왕을 양산하였다. 또한, 126%로 강화하니까 빌라·오피스텔 임대차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의 가부를 판단해서 보증서를 발급하면 되는데, 정부의 가입 가이드라인으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또한, 빌라전세사기 사건은빌라전세 기피 현상과 아파트전세 수요증가로 이어졌다. 이로 인하여 아파트전세가격 상승 및 아파트가격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전세자금 대출제도의 무분별한 시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포퓰리즘적 대출제도는 전세가의 상승, 나아가 집값의 상승을 부추기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주택의 공급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로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주위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294만대 1이라는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역 로또 청약사태도 분상제의 부작용이다. 시장가격과 분양가격의 차액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고, 이를 주거복지에 투입하는 것이 더 바람작한 방향이다.
투기세력을 잡겠다. 3기신도시로 풀겠다. 그린벨트에 추가로 공급하겠다. 이러한 선동적 대응을 통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불안한 상황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이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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