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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로만 신(新)해양 시대 NO, ‘현장’ 중심 연구 잘하는 기관 만들 것”

데일리안 조회수  

KIOST 제12대 원장 이희승 박사

연구원으로 25년간 몸담은 ‘산증인’

창립 50년 바통 받아 ‘백년대계’ 그려야

‘현장’ 중심 국제적 연구 성과 강조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이 1일 KIOST 부산 본원에서 데일리안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세계적 수준의 결과를 내놓는, 연구를 잘하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대서양 진출을 하지 않고 있는데, 임기 안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도록 하고 싶다. 해양과학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제2의 이사부호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이런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인류가 생존을 위한 식량과 자원, 환경문제 해법을 바다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가속하면서 해양 연구 가치도 커지고 있다. 지구 면적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기후 위기의 열쇠는 물론 앞으로 인류가 사용할 자원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바닷속을 누가 더 깊이, 더 멀리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국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신(新)해양시대’를 선언하면서 해양 연구의 가치도 나날이 중요해진다.

1973년 설립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국내 유일 종합 해양 연구 기관이다. 해양수산자원의 체계적 연구와 개발, 관리·이용 및 해양 분야 우수 전문인력 양성 등 임무를 맡고 있다.

KIOST는 부산 본원을 중심으로 4개 분원과 부설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두고 있다. 여기에 미크로네시아 등 6개국에 해외기지와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25년 연구 외길, 해양과학 기술 선도 역할 맡아

지난 5월 KIOST 원장으로 취임한 이희승 박사는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원에서 유기화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KIOST에 입사해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장, KIOST스쿨장을 지냈다. 지난해 12월 전임 강도형 원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부원장으로서 5개월간 원장 대행을 맡기도 했다.

약 1년 4개월을 KIOST 원장 대행과 부원장이란 중책을 맡아온 그이기에 내부에서도 원장 취임 때 특별한 우려가 없었다. 내부 연구원 출신이자 수년간 경영 업무까지 맡은 경험 덕분에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1일 KIOST 부산 본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기관 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직무대행과 원장은 무게나 책임이 많이 다름을 실감하고 있다”며 자리가 주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 원장이 꿈꾸는 KIOST 미래는 명확하다. ‘최고, 최초를 지향하는 선도형 연구기관’이다. 지난 25년간 연구원으로서 누구보다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해 온 이 원장은 “연구를 잘하는 기관,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내놓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50년 역사를 지닌 KIOST에 대해 “이미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 KIOST는 남극과 북극은 물론 인도양, 태평양까지 연구소를 둘 만큼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을 때 많은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다. 우주만큼 극한 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심해 연구다. KIOST가 깊은 바다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현상들, 인도양에서 새로운 해저열수광을 발견한 것, 이런 것들도 과학적으로 우주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연구 기술 고도화·국제 협력 역량 강화 중요

해양 연구 영역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다. 단순 기술이 아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나노기술, 바이오 기술 등을 도입한 첨단 해양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과학기술과 융복합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 판단이다.

“심해 탐사 장비와 첨단 해양모빌리티에 AI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해양 디지털 기술 발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양 공간을 메타버스 기술로 구현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 개발로 확장해야 한다.”

이 원장은 연구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 교류 연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연구 역량을 도입하겠다는 의지인데, 이는 해외 연구 거점 활성화로 이어진다.

해외 연구 거점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0년 미크로네시아에 건설한 ‘태평양해양과학기지’다. 태평양해양과학기지는 열대지역 해양자원 개발과 주변국 협력을 통한 해양 경제 영역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해양생물자원 활용을 위한 소재 생물 확보를 중심으로 생물 다양성 연구는 물론 해양 생태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탐사에 성공한 열수분출공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11년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전 지구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을 지원했다. 이듬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관제소를 설치하는 등 융복합 과학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태평양국가연합 연구기구(SPC)와 해양 환경보전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으면서 해양과학 분야 외교 역할도 한다.

이 원장은 “태평양해양과학기지는 국제협력 연구에 있어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며 “국내 다양한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과학자들도 이곳에서 공동연구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를 확대해 우수한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원장 생각이다.

해양 바이오 신산업 육성, 산업화 가속 필요

이 원장이 연구의 세계화와 함께 시급한 과제로 손꼽는 건 해양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기존 수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해양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은 필수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30조원 규모 해양수산 신산업 시장 육성 계획을 내놓으면서 KIOST 또한 해양 천연물 등의 바이오 산업화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해양 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기억력 개선 소재를 식약처 인증 받아 제품화에 성공했다. 소(牛) 태아 혈청을 대체할 수 있는 ‘동물세포배양액(SACCS)’를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태아혈청은 제조 과정에서 새끼를 밴 어미 소를 도축하는 등 윤리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KIOST의 기술 개발로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해양 생물 독이나 바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활용한 의약품, 기능성 소재 개발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광범위한 질병 치료 소재 및 해양 생물 유래 항바이러스 발굴도 진행 중이다.

해양 생물 바이오산업에 관한 의지는 이 원장이 입사 이후 지금까지 해양 천연물 분야 독보적인 연구 활동을 펼친 것과 연계된다. 이 원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열대 도서국 연안 해양 생물로부터 유용한 성분들을 분리해 화학적 구조, 생물학적 활용을 규명하는 연구를 해 왔다. 관련 논문만 120편을 저술했고, 특허도 약 40건을 등록했다.

이 원장은 연구개발 중심에서 산업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최종적으로 다양한 원천기술이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이 1일 KIOST 부산 본원에서 데일리안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KIOST 50년, 연구 질적 향상 가시화해야

올해 KIOST는 설립 51년을 맞는다. 지난 50년이 인력과 예산, 기반 시설 등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연구 성과의 질적 수준 향상을 가시화할 때다.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기관으로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KIOST가 설립한 1973년 이후 국가도 그렇고 KIOST도 그렇고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 내가 몸담은 지난 25년만 보더라도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앞으로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해외 과학자들과의 교류와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리 연구 영역이 더 확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 원장은 “연구비 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자랑하기보다 소중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수행하는 만큼 실제로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시대 바다의 상태와 변화를 진단·예측하기 위해 ‘해양기후예측센터’를 중심으로 100년 뒤 해양 환경 생태계 변화까지 연구해야 하는 것도 KIOST 역할이다.

‘이사부호’를 활용해 북서태평양 수온·습도·해수온 층 분포 등을 조사해 태풍에 관해 연구하거나, 우리나라 주변 해역 기후 전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구시스템모형(KIOST-ESM)’을 개발한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KIOST는 예측하기 어려움 해양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양기후솔루션연구본부’를 설치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해양 기후 분석 정보를 내놓고, 해양 환경 변동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연구는 연구자들이 누구보다 잘할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같은 지향점을 바라볼 수 있게 분위기를 끌어가는 것”이라며 “그 시작은 구성원에 대한 배려”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돕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의 성장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그간 연구 성과를 근간으로 해양과학 기술의 질적 변화를 주도하고, 각 분야 초격차 기술로 국민 안전과 행복을 위한 융합연구의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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