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436억원, 피해 근로자는 15만1000여명에 달한다. 임금체불액은 지난해 상반기(8232억원)보다 27%가량 증가한 규모로, 반기에 1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피해 근로자 수도 전년 대비 1만8000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1조원을 넘겼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최대 금액에 달할 전망이다.
임금체불은 내수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건설업은 임금체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체불 규모가 올해 상반기 287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건설업은 체불액이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2478억원을 기록했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 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건설현장을 포함한 1만1964개 사업장에서 임금체불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3만636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발견됐다고 최근 밝혔다. 적발된 체불임금은 총 390억원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종사자에 대한 임금체불 등 법 위반사항은 107개 현장에서 총 296건에 달했다. 전남 화순의 한 건설업체가 현장 근로자 110명에게 임금 7억4000여만원을 체불한 사건과 경북 의성 소재 건설업체가 105명에게 4억4000여만원을 미지급한 사건 등이 잇따랐다. 인천에서는 6개 건설업체가 여러 차례 체불 신고에도 임금 총 2억원 규모를 미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공공공사 건설현장에서도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인천의 한 공공건설현장은 임금 직접지급 원칙을 위반하고 인력소개소와 현장 팀장에게 일괄로 지급해 총 2595명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공공건설현장에서도 전문건설업체 2개가 무면허 건설업자에 불법 하도급을 제공하고 허가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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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상승에 재정 부담 높아져… 불법 하도급 관행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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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임금체불의 원인으로 건설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 등이 지목된다. 실제로 지방 중심으로 폐업·파산하는 건설업체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지난 5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부도 건설업체는 총 20곳(종합 7곳, 전문 13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36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업체 수가 9곳(종합 5곳, 전문 4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으로, 지난해 전체 부도업체 수(21곳)와 비슷하다.
폐업하는 건설업체도 많아졌다. 상반기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총 240건으로 전년 동기(173건) 대비 38.7% 늘어났다.
업계에서 건설업 임금 체불은 지방 중소 사업장, 특히 아파트 골조 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업체가 주도한 현장에서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사용하는 추세라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하도급사가 승낙을 받아 재하도급이 가능한데, 승낙 없는 재하도급이 이뤄지거나 오야지(무면허 업자)에게 하도급을 제공시 체불이 발생해도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이 임금체불에 취약한 이유로 건설업의 고질적 병폐인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건설 하도급이 3단계 이상 금지됐음에도 실제로는 5~6단계 재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지 조치가 있어도 현재까진 제어할 수단이 충분하지 않고 관리·감독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아 ‘제도 따로 관행 따로’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보다 지방 건설업체가 도산할 때 체불이 발생하므로 지방 정부가 관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을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업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미분양 문제로 어렵다 보니 임금체불이 증가하고 있다”며 “건설업 특성상 원청업체가 부도나면 이하 업체들로 전달돼 공공사업의 경우는 원청업체가 아닌 하도급업체에 직접지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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