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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 시장 둔화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가능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뒤흔들리는 가운데 시장 상황 급변에 따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사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뇌부의 외부 연설이 수시로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5일 한은에 따르면 통화정책방향을 정하는 금통위는 올해 총 8차례 개최된다. 월별로 보면 1월·2월·4월·5월·7월·8월·10월·11월이다. 3월과 6월, 9월, 12월은 회의가 없다.
연준 회의도 올해 8번 잡혀 있다. 개최 시기는 차이가 있는데 1월·3월·4월·6월·7월·9월·11월·12월이다. 미국은 2월과 5월, 8월, 10월은 FOMC가 열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연준은 공식 FOMC 외에도 연준 고위직 인사들이 시장과 소통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당장 8월은 FOMC가 없지만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사태 등에 대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생각과 연준의 기준금리 설정 방향을 FOMC 사이에 들을 수 있다. 전직 통화 당국 고위 관계자는 “FOMC는 열리는 날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사이에 연준이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게 있으면 연구 기관과의 대담, 외부 기관 행사에서의 연설 등을 잘 활용한다”며 “반면 한국은 금통위가 끝나면 다음 금통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파월 의장과 필립 제퍼슨 부의장이 외부 행사에 나서 연설한 횟수는 19회에 달한다. 연준 3인자이면서 공개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더하면 30회다. 지역 연은 총재의 언론 인터뷰와 대외 행사를 고려하면 연준 내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더 많다. 연준 지도부는 올 들어서도 대외 행사를 12번 소화했다. 파월 의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을 비롯해 올 4월에는 스탠퍼드대, 5월에는 조지타운대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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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 같은 기회가 극히 드물다. 내부용 신년사와 창립기념사를 더하면 숫자가 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외부 공식 행사가 8번, 올해는 5번에 그쳤다. 이마저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한은도 이 총재 취임 이후 대외 접점을 늘리고 있지만 충분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 총재의 외부 일정 자체가 제한돼 있는 데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대외 접촉을 꺼린다. 한 채권 전문가는 “이 총재의 교과서적인 언급을 시장이 제대로 해석을 하지 못해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매번 넘겨짚는 식의 보고서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월 금통위가 대표적이다. 7월 금통위는 상당히 매파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 발언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고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한은의 핵심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계부채와 환율 시장만 봤을 때는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염두에 둔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변곡점에 와 있는 만큼 한은이 시장·언론과의 접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한은 관계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8월 금통위를 전후해 논란이 많을 것”이라며 “한은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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