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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중간평가]KB국민카드 이창권, ‘신년사 약속’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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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경제TV 심민현 기자] 지난 10여 년간 별다른 위기 없이 순항했던 카드업계가 지난해부터 고금리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삼성카드, KB국민카드의 모기업은 업황 악화가 계속되는 와중에 리더십 교체보단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각각 김대환, 이창권 대표 연임을 결정했다. 

이후 BC카드, 롯데카드 역시 최원석, 조좌진 대표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그렇다면 4명의 CEO가 모기업의 믿음에 보답했을까. 딜사이트경제TV가 이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사진=KB국민카드 제공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사진=KB국민카드 제공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그리고 KB국민카드는 현재 국내 카드업계 내에서 소위 ‘빅3’를 형성하고 있다. 꽤 오랜기간 고착화됐던 이러한 구도에 작은 균열이 포착된건 카드업황의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3분기다.

균열의 중심에 선  곳은 현대카드, 그리고 KB국민카드였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가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3분기 ‘빅3’ 중 3위를 유지해온 KB국민카드와 순이익 격차를 470억원까지 따라 잡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KB국민카드는 현대카드를 1000억원 가까이 앞서며 3위 자리를 간신히 사수했다. 다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창권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KB금융그룹 내에서도 작년 3분기 지난 2020년 KB라이프생명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카드 부분 당기 순이익을 넘어서는 등 이 대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새롭게 KB금융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양종희 회장은 과거 인연이 있는 이 대표에게 한번 더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5년 양 회장이 전략총괄을 담당하던 당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에 관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이 계열사 대표에 대해 2년 임기에 1년을 연장하는 방식을 고수해온 관례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실적 부진으로 다소 희석된 측면이 있지만 이 대표는 KB금융그룹 내에서 전략총괄 전무, 글로벌부문장·부사장,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 등을 거치며 전략통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실제 지난 2022년 말 모바일홈 애플리케이션(앱)과 리브메이트 앱 서비스를 KB Pay로 통합하는 ‘원 플랫폼’ 구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올해 KB Pay 가입고객 1200만명 시대를 열었다. 현대카드 등 경쟁사들이 주저하고 있는 해외진출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 인도네시아, 태국에 이어 가장 최근에 진출한 캄보디아에선 법인 합병을 추진하며 리스와 대출을 통합하는 자동차 금융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B국민카드 본사/사진=KB국민카드 제공
KB국민카드 본사/사진=KB국민카드 제공

이 대표는 올해 실적 측면에서도 작년의 부진을 털고 양 회장의 믿음에 보답했다. KB국민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557억원으로 전년 동기(1929억원) 대비 32.6% 증가했다. 

특히 본업에서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본업 내실 성장을 강조하며 “‘진짜 용은 숨어서 일어난다’는 ‘진용일흥(眞龍逸興)’의 자세로 조용히 실력을 키워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실제 카드 이용금액(87조6000억원)은 전년 동기(86조6000억원) 대비 1.2% 늘었고 영업수익(2조5900억원)도 전년 동기(2조7226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역시 64조61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조8261억원)보다 2조 가까이 늘었다.

본업 성장은 회원 수 증가로도 증명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카드의 본인 기준 회원 수는 1201만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만명 늘어난 규모다. 이는 이 대표가 작년부터 공을 들여온 ‘KB국민 위시(WE:SH) 카드’의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위시카드는 지난해 11월 출시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급 수 50만장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 70만장을 돌파하는 등 현재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위시카드 중 마이위시 카드는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고릴라 톱100 차트에서 지난해 9개월간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부문에서도 조건 없이 쿠팡 사용액의 최대 4%를 적립해주는 ‘쿠팡 와우카드’가 지난 5월 기준 발급 수 50만장을 돌파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법인카드 시장 역시 올해 상반기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12조원이 넘는 이용실적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현대카드는 올해 1분기 6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0% 가까운 실적 하락세를 나타냈다. 아직 2분기 실적이 발표되지 않아 상반기 전체 순이익을 알 수 없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KB국민카드와의 격차는 2000억원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올해 하반기 과제로는 트래블카드 점유율, 해외시장 실적 개선 등이 꼽힌다. 현재 5대 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판매 중인 트래블카드 가입자 수가 최근 650만명에 육박하는 등 해당 시장이 카드사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4월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했지만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나·신한카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 실적도 지난해 상반기 61억원 흑자를 낸 이후 계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 법인 ‘KB Finansia Multi Finance'(이하 KB FMF)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억2200만원으로 전년 동기(32억4500만원) 대비 84%가량 감소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올해 신년사에서 ‘진용일흥’의 각오를 밝히며 심기일전을 다짐했던 이 대표가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3연임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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