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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주 무너질까…“삼성·SK, 의존도 낮추고 출구 전략 탄탄히 세워야”

이투데이 조회수  

엔비디아 ‘블랙웰’ 하반기 생산 계획 차질
삼성ㆍSK, HBM3E 공급 일정 피해 불가피
“고객 다변화 등 엔비디아 의존도 낮춰야”

자료출처=엔비디아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4 기조연설에서 블랙웰을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최근 악재가 겹치며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엔비디아를 큰 고객으로 둔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도 위기감이 맴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출구 전략을 탄탄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한다. HBM3E 8단 제품은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3분기 중 양산·공급을 진행할 방침이다. 12단 제품 역시 하반기 중 대량 양산할 예정이다.

이러한 HBM3E로의 빠른 사업 전환은 업계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 납품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에 관해 본격 양산의 직전 단계인 양산준비승인(PRA) 내부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르면 다음 달 내 퀄테스트(품질검사)를 끝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결함 문제 등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출시가 미뤄지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메모리 기업의 HBM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최근 블랙웰의 최고 사양 제품인 ‘GB200’ 생산 과정에서 결함을 발견해 고객사에 납품 지연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GB200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B200’ 2개와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인 ‘그레이스’를 결합한 제품이다.

당초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하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결함으로 3개월 가량 지연될 것으로 추정된다. B100에는 HBM3E가 8개, GB200에는 16개 탑재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상반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이번에 설계에서의 결함도 있었겠지만, 공정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 재검증까지 거치면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엔비디아는 대만 파운드리 TSMC에서 생산과 패키징 등 칩 공정을 진행한다. 실제로 TSMC도 이번 결함 문제로, 블랙웰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자료제공=각 사삼성전자 12단 HBM3E(왼쪽)와 SK하이닉스 HBM3E(오른쪽)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엔비디아 발 리스크를 대비해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의 위기가 곧 국내 기업의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협력이 강한 SK하이닉스는 고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비디아에 HBM3(4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오면서 탄탄한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영업전략이 엔비디아에 너무 치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우 AMD 등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 다행이지만,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주요 사업이 엔비디아에 거의 묶여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영업의 다변화를 분명히 해야 다양한 위기 상황들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反) 엔비디아 움직임 역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나가야 할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애플은 AI 모델 학습에 엔비디아 칩이 아닌 구글이 자체 설계한 텐서 처리 장치(TPU)를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 TPU는 엔비디아 칩 대비 전력 효율이 높고, 가격도 저렴하다.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은 “AI 반도체는 전력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GPU 기반인 엔비디아 칩은 전력 소모가 너무 커 지속 가능한 제품은 아니”라며 “지금은 고객사들이 원하는 제품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커스텀 메모리에 대한 전략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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