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에 은행이 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 거래가 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대출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상반기에 이자이익으로만 21조를 벌어들이면서 ‘손쉬운 이자 장사’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 당국의 방침과 이자 장사를 한다는 대중의 비판 사이에서 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죠.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7일부터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포인트 오르고, 갈아타기(대환) 서비스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도 0.09%포인트 높아집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 역시 보증 기간과 지표 금리에 따라 0.1∼0.3%포인트 인상됩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달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렸고, 29일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약 20일 만에 네 차례나 대출 금리를 올리는 셈이죠.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기준)를 0.15~0.30%포인트 올렸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의 고정금리(2년 기준)도 0.10%포인트 인상합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 가장 먼저 주담대 금리를 0.13%포인트,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같은 달 18일에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고정금리를 0.2%포인트씩 재차 올렸죠. 농협은행도 지난달 24일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했습니다.
주택 거래 회복 등과 함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자 은행들이 계속 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부터 은행권에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할 것을 지도했습니다. 금리 인상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25일 기준 713조372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4조7349억원 증가했습니다.
은행은 난감한 상황입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데, 시장 금리를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입니다. 시장 금리는 떨어지는데 주택대출 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미 5대 은행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21조6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은행의 이자 수익 증가에 힘입어 5대 금융지주도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1조106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10조8882억원)보다 2.00% 많습니다.
은행은 금리 인상 외에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다. 그러나 금융 당국 지도에 따라 금리를 계속 올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은행은 실적 고공행진에도 고객과 당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됐습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가산금리 산정 체계에 대해 꾸준히 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잡자고 가산금리를 계속 올릴 수 없다”며 “이러다 다시 이자 장사하는 금융사로 낙인찍혀 수익을 토해낼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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