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면전 가능성에 글로벌 반도체업계 예의주시
인텔 생산거점 포함해 다수의 IT 기업 R&D·판매 거점 둬
전쟁 기간 및 충돌 규모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차질 불가피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미칠지 관심이다. 현재까지는 국내 반도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이스라엘 본토 시설 공격 등 상황이 악화되면 공급망 영향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메모리 제조사들로서는 이번 충돌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에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르면 월요일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블링컨 장관이 이날 가진 주요 동맹국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이란과 헤즈볼라의 보복 규모나 공격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24~48시간 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되자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헤즈볼라도 최고위급 지휘관이 공습을 받아 숨진 것에 대해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제5차 중동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에 드리운 전운에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에 반도체 팹(생산 라인)을 두고 있어 중동전(戰)으로 확전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남부 키르얏 갓에 위치한 인텔 팹28에서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엘더레이크),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랩터레이크) 등 첨단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한다. 팹28 인근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웨이퍼 제조 공장(팹38)을 확장·건설에 나섰으나 현재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연기는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전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타격을 받으면 팹을 세워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인텔 반도체 공장을 타격하면 생산차질이 발생한다.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수요 기업의 사재기가 벌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기업 직접 타격시 이란 등은 미국-이란 전쟁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CPU 생산이 중단되면 국내 메모리업계도 영향을 받는다. 인텔 첨단 CPU는 최신 D램에 속하는 DDR4, DDR5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CPU를 적게 생산하면 할수록 D램 공급 역시 줄어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7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생산 시설이 아닌 전력시설만 파괴하더라도 전력 공급이 차단돼 곧장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인텔 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여럿 인수하는 등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텔아비브 대학 연구원들이 세운 스타트업 ‘런AI(Run:ai)’를 7억 달러에 인수했고 다음달인 5월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데시(Deci)’를 사들였다.
해외 빅테크 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이스라엘에 R&D(연구개발) 및 투자 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텔아비브 지역에 판매법인, R&D센터, 삼성리서치이스라엘 등을 운영중이다. 삼성전자 벤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는 2016년 텔아비브에 사무실을 개소한 뒤 다양한 AI, GPU, 로봇 등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중이다.
LG전자도 텔아비브에 판매지점을 운영중이다. 2021년에 인수한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 기업 사이벨럼(Cybellum)도 이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은 이스라엘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이스라엘 반도체 제조용 장비(MTI 6단위 기준 732100) 수입 규모는 약 14억5000만 달러(2023년)로 네덜란드, 일본,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스라엘 비중은 1.5%에 불과해 이스라엘 내 전황이 악화되더라도 한국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동 충돌에 따른 국내 반도체 업계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전쟁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변수에 복합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4일(현지시간)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미군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공격 기간도 하루에 그치지 않고 며칠 이상 연속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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