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압도적 기량으로 파리올림픽 전종목 석권
정의선 회장, 작년 6월 경제사절단 방문시 파리 현지 상황 살펴
올림픽 기간 내내 선수 지원상황 살피고 스킨십하며 컨디션 관리
선수들에 “매 경기 담대하게 기량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조언
스파이 = 2023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한 총수들 중 바쁜 일정을 쪼개 파리 현지 상황을 살피는 이가 있었다.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파리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현지를 둘러보며 1년여 뒤 한국 양궁대표팀이 파리에서 지낼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안을 구상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이기도 한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파리올림픽 준비 작업은 2021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과 컨디션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일환으로 정 회장은 2023년 6월 프랑스 경제사절단 일정 중 일부를 파리 현지답사에 할애한 것이다.
파리올림픽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은 한국의 진천선수촌에 그대로 재현됐으며, 그곳에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슈팅 로봇을 비롯한 첨단 R&D 기술이 집약된 훈련 장비와 기술의 지원을 받아가며 훈련했다.
집사 = 정의선 회장은 파리올림픽 개막식인 지난달 26일보다 이틀 앞선 24일 현지에 도착했다. 양궁 첫 경기인 25일 남녀 개인 랭킹 라운드 시작 이전부터 대표선수들을 위한 지원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우리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등 준비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했고 미비점이 있으면 바로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특히 양궁 경기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양궁협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협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총 동원한 지원을 받는 양궁대표팀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물론, 우리 대표단의 다른 종목 선수들 사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멘토 = 양궁은 멘탈 경기다. 정의선 회장은 현지에서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모든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양궁협회 관계자,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선수들을 직접 응원했으며, 주요 고비마다 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네며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려했다.
정 회장은 양궁 여자단체전 10연패 달성 이후 현장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하겠다”고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고 선수들에게도 “담대하게 매 경기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선수들의 ‘기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하던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과 마주친 정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선수들 실력이 더 뛰어나니 집중력만 유지하자”고 자신감을 북돋웠다.
이번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여자 개인전이 끝난 후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 전훈영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 이런 정의선 회장의 뒷바라지는 최고를 향한 선수들의 치열한 노력과 어우러져 파리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남자단체전, 혼성단체전, 여자개인전, 그리고 마지막 날인 4일 남자 개인전까지 최정상에 오르며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마지막 5번째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의선) 협회장님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 코치님들,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낸 역사”라며 감동을 표현했다.
정의선 회장은 남자개인전 경기가 끝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제일 고맙다. 선수들이 꿈꾸는 걸 이루고 선수들 본인이 가진 기량을 살려 이 모든 걸 이뤘다는 게 제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과 양궁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운 것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과 정의선 회장, 양궁협회와 현대차그룹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 직후 곧바로 파리올림픽 준비에 나섰던 것처럼, 이제는 파리올림픽의 영광을 뒤로 하고 2028년 열리는 LA올림픽을 대비한다.
정 회장은 “이제 저희가 모여서 (LA올림픽에 대비한) 전략회의를 하고, 여러 가지로 장단점에 대해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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