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가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리스크를 떨궈내고 이룩한 성과다. 하지만 획기적인 신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오로지 고금리에 기댄 측면이 크다. 수익성 외에 건전성도 좋았는지, 은행·보험·카드 등 계열사는 어땠는지 다각도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2분기 주요 시중은행들이 역대 최대 순익을 거뒀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치솟으며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이자이익에 기반한 실적 성장세가 기대된다. 하지만 대출 부실 등, 우려 또한 높아질 거란 전망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5조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24조1284억원보다 4.4% 증가했다. KB금융지주가 6조357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5조6377억원, 우리은행 4조3950억원, 하나은행 4조3816억원, 농협은행 4조3424억원 순이었다.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늘었다. 5대금융의 올해 원화 대출금 증가액만 66조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6월 말 기준 352조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0조원 늘었고 신한은행(309조원)은 같은 기간 19조, 하나은행(308원)과 우리은행(324조원)은 각각 18조원과 13조원씩 증가했다. 농협은행(282조원)은 6조원 늘었다.
이를 기반으로 5대 금융지주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KB금융과 우리금융, 농협금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분기를 넘어 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이다. 이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은 11조10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호실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익에서 오는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계기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금융지주 순이익이 2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최대 당기순이익 경신 이면엔 최대 규모의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5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2조원을 넘어섰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0.62%까지 뛰었다.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0.68%로 가장 높았다. KB금융은 2018년 1분기 0.70% 이후, 신한금융은 2017년 2분기 0.72% 이후 최고치 수준이다. 농협금융이 0.59%,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0.56%로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2019년 1분기 지주사 출범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PF 관련 부실은 하반기 금융사에 두고두고 부담일거란 지적이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한 뒤, 금융사들에 엄격해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장을 재평가하도록 했다.
부실사업장을 신속하게 걸러내겠다는 의도지만 결국 부실 딱지가 붙은 자산을 금융사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우리금융의 경우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와 관련해 1800억원을 아예 부실로 분류했다.
5대 금융지주는 이와 관련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부동산신탁 관련해 2분기에 쌓은 충당금 규모는 KB금융 800억원, 신한금융 2714억원, 하나금융 408억원, 우리금융 800억원 수준이다.
강재신 하나금융 CRO(최고리스크책임자)는 “PF와 관련해 하반기 800억원 내외 충당금 적립을 예상한다”며 “향후 분쟁이 발생하거나 공정이 지연되면 고정 이하로 분류하고 즉시 충당금을 적립해 향후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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