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총 15발의 화살을 쏘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마지막 슛오프에서도 같은 점수를 쐈다. 금메달의 운명이 단 4.9㎜ 차이로 결정된 명승부에서, 최후의 승자는 김우진(32·청주시청)이었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와 슛오프 접전 끝 세트 점수 6-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김우진은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잡았지만, 다시 3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한 세트만 더 내주면 패배가 확정되는 상황.
그러나 4세트에서 29-27 승리를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5세트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궁 마지막 날 최후의 승부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김우진과 엘리슨이 번갈아 10점을 주고받으며 30-30, 동점이 됐다.
승부는 ‘슛오프’로 향했다. 슛오프는 5세트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을 때 단 한 발의 화살로 승부를 가리는 제도다. 같은 점수를 쏴도 과녁 정중앙부터의 거리를 따져 반드시 승부를 낸다.
먼저 활을 잡은 김우진의 점수는 10점. 한국 관중들의 함성은 미묘할 수밖에 없었다. 화살이 9점과 10점 라인에 걸쳤기 때문이다.
만일 엘리슨이 10점 과녁에 제대로 들어온 구역에 꽂아 넣는다면 김우진은 10점을 쏘고도 은메달에 그칠 수 있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엘리슨의 화살도 9점과 10점의 경계에 걸쳤다.
곧장 과녁까지의 거리가 표기됐는데 김우진은 55.8㎜, 엘리슨은 60.7㎜였다. 단 4.9㎜ 차이로 김우진이 승자가 된 순간이었다.
이 4.9㎜의 차이로 김우진은 많은 것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 단체·혼성에 이어 개인전까지 3관왕에 오르며 남자 양궁 최초의 역사를 만들었다.
아울러 개인 통산 5번째 금메달로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혼성전 금메달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김우진은, 전설에 남을 경기로 전설들을 뛰어넘게 됐다.
개인적으로 더욱 뜻깊은 건 ‘개인전 무관’의 설움을 씻었다는 점이다. 김우진은 이번 대회 전까지 2번이나 올림픽 무대를 밟아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개인전에선 번번이 아쉬움을 삼켰다. 2016 리우에선 32강, 2020 도쿄에선 8강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6강에선 세계랭킹 1위 마커스 디알메이다(브라질)를 꺾었고, 8강에선 도쿄 대회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메테 가조즈(튀르키예)를 제압했다.
최대 고비인 4강에선 대표팀 후배 이우석(27·코오롱)을 꺾고 결승에 오른 그는, 결승에서 역대급 승부를 펼친 끝에 4.9㎜의 차이로 최고의 환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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