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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PG사를 겸영하는 e커머스 업체들이 이번 티몬·위메프처럼 자금 압박에 시달릴 때 PG사의 자금에까지 손을 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과 PG 업계는 이와 별도로 티몬·위메프를 통해 판매된 여행 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PG사가 법적으로 환불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e커머스 사업자들이 PG사를 내재화하지 못하도록 현행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커머스가 정산·판매·배송을 동시에 하면서 PG사에 있는 자금까지 임의로 제어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e커머스에 대한 자본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PG사와의 분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안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점유율 1위 업체 쿠팡의 경우 PG사를 겸영하다가 2020년 자회사 쿠팡페이를 설립해 분리한 바 있다. 네이버도 PG사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리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역시 PG로 외부 업체를 사용하고 아마존 내부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일은 없다.
금융 당국은 제도 변경으로 e커머스와 PG사를 분리할 경우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전산 시스템 역시 떼어 내야 하는 등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할 대응책도 함께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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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PG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지에 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위메프 측과 2022년 경영 개선을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금감원이 등록 업체인 PG사에 대해서는 경영 개선 권고나 명령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감독 사각지대가 생긴 데 따른 조치다.
PG사가 티몬·위메프의 여행 상품과 상품권을 환불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실제로 카드사와 PG사를 통해 숙박·항공권 등을 구매한 고객들은 대다수가 아직까지 환불을 받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 결제로 여행 상품과 상품권을 구매한 건은 ‘핀(PIN) 번호’가 부여돼 거래가 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환불이 어렵다. 아울러 환불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해석 여부를 놓고 금융 당국은 법리 검토를 시작하며 실제 환불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권의 경우 핀 번호가 아예 발송되지 않았다면 용역 및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PG 업체의 환불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핀 번호가 소비자에게 전달된 경우에는 소비자가 아직 상품권을 쓰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주장이다.
상품권을 실제로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PG 업체 대신 상품권 판매업자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행 상품도 여행이 확정되면 여행사가 여행을 취소한 경우에 해당돼 여행사가 환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카드사와 PG사들은 일반 상품에 대한 환불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일 현재까지의 티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규모를 2745억 원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이후 6~7월 거래분을 포함하면 미정산 규모는 3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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