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2대 국회가 개원 두 달째 공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 강행 처리,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반복하는동안 상임위원회는 개점 휴업 했고 정부 고위직 인사에 대한 야당의 탄핵안 발의는 7회째를 기록했다.
여야가 소득 없는 소모전을 되풀이하면서 ‘국회가 필요하느냐’는 무용론까지 터져나온다.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횟수는 남은 임기동안 계속해서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22대 국회는 지난 5월30일 공식 임기를 시작해 6월5일 첫 번째 본회의를 열었다. 첫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우원식 민주당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가 없었다며 본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국회가 야당 단독으로 개원해 의장을 뽑은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곧이어 6월10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국회 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 원 구성 배분 협상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였다. 민주당은 11개 핵심 상임위원장을 확보하는 안건을 단독 통과시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도, 국회도 죽었다”고 했다. 여당도 아닌 야당 단독 원 구성 추진은 또 한 번 헌정사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원 구성 타협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동안 야당 단독으로 가동을 시작한 상임위는 방송4법, 해병대원 특검법, 노란 봉투 법을 비롯한 쟁점 법안을 속전속결로 심사 처리했다. 여야는 국회 개원 28일 만인 6월27일 본회의를 열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과 여당 몫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 지었다.
야당이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한 후폭풍은 곧바로 이어졌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 7월4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하루 전부터 24시간여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며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취임 후 15번째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기록인 7건은 이미 넘어섰다.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재가한 일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야당의 계속되는 입법 강행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계속 건의할 것”이라며 물러섬 없는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일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지 불과 이틀 만이다. 지난 6월27일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시작으로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4명,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까지 22대 국회 들어 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모두 일곱번째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저지를 위해 또 한 차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등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벌이는 동안 상임위원회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전체 16곳 중 절반은 지금까지 두 달째 법안 심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열린 상임위에서도 해병대원 특검법,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야당 단독으로 심사 처리하는 데 그쳤다.
오는 5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의 소모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두 달간 상임위 배분 외에 국회가 해낸 일이 없다시피 하다”며 “국회 존재 가치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국민이 얼마나 많겠냐”고 했다. 두 달간 본회의를 통과한 6개 법안 중 민생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민주당은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특검을 전제로 찬성 입장을 밝힌 해병대원 특검법을 8월 임시 국회에서 발의하라고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재발의를 시사한 데 이어 ‘상설 특검’ 카드까지 거론하고 나서 폐기된 법안 불씨를 되살리려는 야당 공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8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5일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전국민25만원지원금법과 함께 재표결 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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