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투자가 감소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주로 상장된 업비트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 기준 점유율은 72.7%를 기록했다. 빗썸이 23%로 뒤를 이었고, 코인원은 2.9%에 그쳤다. 코빗과 고팍스의 점유율은 모두 1%를 밑돌았다.
지난달 초 업비트의 점유율은 60%대 중반을 기록했고, 빗썸은 30%를 넘어섰다. 30%포인트대로 좁혀졌던 국내 1, 2위 거래소 간의 점유율 격차가 한 달 만에 50%포인트 가까운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업비트의 점유율 비중이 다시 늘어난 데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빗썸은 업비트에 비해 다양한 알트코인이 상장돼 있는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알트코인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빗썸이 다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발효된 지난달 19일부터 국내 거래소들은 모든 코인에 대한 상장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국내 모든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총 1300여개로 거래소마다 중복된 종류를 제외하면 600여개의 코인이 심사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6개월간 진행되는 심사를 통해 상당수 알트코인이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 발행된 ‘김치코인’의 경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코인에 비해 발행 주체의 신뢰성이 낮고, 이용자 보호나 기술 보안 등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국내 알트코인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비트의 경우 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주요 가상자산이 주로 거래된다. 김치코인의 비중 역시 다른 거래소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반면 빗썸은 업비트에서 거래를 지원하지 않는 여러 국내외 알트코인이 상장돼 있다. 오픈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발행하는 월드코인과 결제형 가상자산인 페이코인, 페페, 플로키 등 다양한 밈코인(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자산) 등은 모두 업비트에 상장돼 있지 않지만, 빗썸에서는 거래가 가능하다.
실제로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은 비트코인의 거래량과 가격에 따라 변동하는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디스프레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업비트의 점유율은 지난 1월 55.4%에서 3월에는 78.9%로 상승했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자, 업비트의 거래량도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빗썸의 점유율은 40.5%에서 18.6%로 하락했다.
2분기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고,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두 거래소의 점유율 격차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업비트의 점유율은 6월 말 63.3%까지 줄어든 반면, 빗썸은 32%로 상승했다.
빗썸 등 일부 국내 거래소들은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높은 수준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는 거래소가 고객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운용 수익을 이용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고객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업비트보다 높은 이용료를 제시한 것이다. 빗썸은 2.1%의 이용료를 주는 업비트보다 훨씬 높은 4%의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소들의 예치금 이용료 경쟁은 금융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높은 이자율을 제시할 경우 은행 등 전통 금융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용료율을 다시 검토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은 이용료율을 하루 만에 다시 2.2%로 조정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알트코인으로 관심을 다시 돌릴 만한 요인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빗썸 등 다른 거래소들이 지난해 말처럼 거래 수수료를 크게 낮추거나 무료화하지 않는 이상 업비트의 점유율 쏠림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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